장기화된 경기침체의 영향 탓인지 최근 들어 취업난을 시사하는 신조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드 보이(취업하지 못해 졸업을 늦춘 대학 5학년생),토폐인(입사 필수조건인 토익공부에 전념하는 사람),공시족(7·9급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이 그 예다.

이중 가장 주목을 끄는 단어는 공시족(公試族)이다.

'삼팔선(직장에서 38세를 넘기기가 어렵다)' '사오정(45세가 정년)'의 시대에 직장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공무원이 최고의 직업으로 떠오르며 너도나도 공시족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계속 탈락하는 사람을 가리켜 '공시낭인' '공시폐인'이라고도 한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은 이미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2005년 국가직 공무원 9급 공채 시험은 84 대 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의 B고시학원에는 낮에 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이 방과 후 고시학원으로 발길을 옮겨 공무원 시험 대비 강좌를 듣기도 한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늦게 시작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공무원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사안일'한 자세로도 공무원의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비록 무모해 보여도 도전 자체가 아름다운' 청년다운 열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애늙은이'를 양산하는 현실이 돼 버린 것이다.

대학에서마저 철밥통 얻기 경쟁에만 눈에 불을 켜야 한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편하게 일할 곳만 찾는 그들의 태도에서 취업난의 심각함만 짐작할 수 있을 뿐 블루오션을 개척해 자기만의 전문 영역을 가져 보려는 등의 포부는 온데간데없다.

모두가 몸을 사리고 안락함만을 얻으려 할 때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국가는 세계와의 무한경쟁에서 뒤처질 뿐이다.

정지혜 생글기자(부산국제외고 2년) 88wisdo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