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터울의 남매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인 오빠가 8비트 컴퓨터를 붙잡고 씨름할 때 3살짜리 여자 아이는 옆에서 잠자코 보고 있다가 오빠가 자리를 비우면 키보드를 만지작 대곤 했다.



오빠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짜는 데 심취해 있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여동생은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땄다.


컴퓨터 놀이로 우애를 키우던 남매는 작년 10월 웹에이전시 기업을 차렸다.


지난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전국 7대 도시에서 문을 연 3만76개 신설법인의 창업자 가운데 최연소인 황은학 플래닛디지털 대표(21)와 그의 오빠 황의용 기획팀장(31)이 주인공이다.


황 대표는 올해 광운대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고 황 팀장은 이제 막 정보기술(IT)분야 벤처기업에서 병역특례 근무를 마친 사회 초년생이다.


서울 논현동 거평타운 11층에 15평 크기의 사무실을 갖고 있는 플래닛디지털은 황씨 남매와 7명의 기술자로 구성된 '초미니' 기업이다.


그나마 2명은 재택근무하는 자유계약직이다.


하지만 석 달 남짓한 업력과 작은 회사 규모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알찬 실적을 올렸다.


추계예술대학교와 시계 쇼핑몰인 올타임,동영상 강의 사이트인 에듀에버,아이고시뱅크 등의 홈페이지를 제작했으며 웹프로그램인 CMS(Contents Management System·콘텐츠관리체계),LMS(Learning Management System·학습관리체계) 등을 깔았다.


서울지방공항청,인천·경기지방병무청 홈페이지 작업과 관련,코스닥 업체에 기술 자문과 컨설팅도 했다.


그동안 올린 월 매출은 2000만∼3000만원 정도.


황 대표는 "나이 어린 동생이 사장을 하고 오빠가 팀장을 맡고 있으니 오빠가 사업을 하지 못할 치명적인 전과라도 있는지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때가 있다"고 웃으며 말을 꺼냈다.


황 대표는 "순전히 각자 맡은 역할에 직위를 배정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며 "영업을 맡고 있는 오빠가 사장을 맡게 되면 협상의 폭이 좁아져 좋은 거래를 따내기 힘든 데다 전방의 동료들이 전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후방에서 환경을 가꾸는 게 찬찬하고 꼼꼼한 여동생의 몫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야전부대 역할을 자임하는 황 팀장은 인터넷 프로그램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황 팀장은 부모님의 권유로 법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하기도 했으나 끝내 컴퓨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는 대학원을 중퇴하고 병역근무 전까지 세 곳의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을 거쳤다.


황 팀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로 성취감이 다른 일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관료적이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건 딱 질색"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씨 남매의 꿈은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 경매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물건을 사고 파는 옥션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았듯이 사람들이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다양하고 재밌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필요한 소비자나 기업 등에 파는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음반과는 달리 사진 그림 등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은 제대로 보호가 안 되는 실정"이라며 "네티즌들이 무심코 찍은 사진이라 하더라도 검색엔진 등만 제대로 갖춘 인터넷 시장에 올라가게 된다면 상업적인 가치가 무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임상택·사진=허문찬 기자 lim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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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업 Tip >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IT분야는 기술 습득이 빠른 나이 어린 프로그래머들이 뛰어들기 만만해 보이는 시장이다.


하지만 과신은 금물.


황씨 남매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창업 전에 최소 다섯 가지 사항은 검토하고 뛰어들 것을 조언한다.


일단 당신이 그 시장 전문가인가 의심해봐라.그 시장 바닥을 정확히 모르고 사업을 하다 보면 거래처는 물론,직원들에게도 속기 십상이다.


둘째 생각,판단,추리하고 시작하지 말라.눈에 분명히 보이는 장사도 추진하다 보면 미흡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셋째 신용을 목숨처럼 생각하라.당장 이윤을 적게 남기더라도 납기일자,대금지급일자는 꼭 맞추라는 이야기.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사업하면서 몇 차례 고난을 겪게 되는 법.고난을 이겨내는 원동력은 그 일을 잘 해서이기 보다는 자신이 그 일을 진정 좋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