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논문 조작에 대한 서울대 조사위원회 검증에 이어 황우석 교수팀 연구원들에 대한 검찰 소환이 시작되면서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황 교수 연구실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16일 서울대에 따르면 지금까지 일반인들이 알아왔던 것과는 달리 황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 연구원들 중 인간 줄기세포 연구를 해 온 인물은 권희선, 권대기, 김수씨 등 단 3명에 불과했다. 동물복제 관련 연구팀에 소속돼 있으면서 핵치환 연습 등을 했던 미숙련 대학원생 2∼3명이 더 있긴 하지만 이들은 이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 황 교수는 12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연구실 대학원생 20여명을 데리고 나왔으나 당일 나왔던 대학원생 중 실제로 해당분야 연구를 했던 인물은 김 수 연구원 1명에 불과했다고 조사위 관계자는 전했다. 김 연구원이 기자회견에 나와 "논문에 실린 사용 난자 개수는 실험에 부적합한 난자나 조건 설정 등을 위한 예비 실험에 사용된 난자는 제외하고 계산한 것이므로 정확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과학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점과 사용 난자 수 줄기세포 확립 효율이 높았다는 점에 논문발표의 의의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취득한 난자 개수' 자체가 중요한 제한요인이므로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 특히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를 황 교수팀의 평소 연구 태도와 연관지어 보려는 시각도 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 쓴 글에서 한 회원은 "오히려 실험자가 연구의 기본적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여 허위 데이터를 논문에 표현하게 된 과정 중 하나를 드러냈다고 생각된다"고 해석했다. 실험 기록 관리가 `어이 없을 정도로' 허술하게 돼 있었다는 점도 황 교수팀 연구를 재검증했던 조사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원래 이공계 실험실, 특히 생명과학 분야 실험실은 각 실험 단계마다 상세한 상황을 기술하고 사진 등으로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철칙으로 돼 있으나 황 교수팀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은 전했다. 한 조사위원은 "황 교수팀의 실험 노트는 휘갈겨 쓴 메모 수준이어서 도저히 이것만으로는 어떤 실험이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도저히 제대로 된 실험실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위 관계자는 "12일 기자회견에서 황 교수를 병풍처럼 둘러쌌던 대학원생들에게 황 교수가 과연 과학적 트레이닝을 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마치 공장의 분업화된 라인에서 일하는 것처럼 한 가지 일만 하도록 강요된 상황에서 연구원들이 과학적 논리를 학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팀이나 공동 연구팀 소속 연구원들이 해외 학술지에 제출했던 논문들 중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경우가 있으며, 이 중 이미 철회된 사례도 있음을 들어 관련 연구자의 논문 전체를 엄격히 재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대 한 교수는 "결과물만 멋있게 나가면 된다는 생각에 치우쳐 변조를 문제시하지 않는 풍토가 있는 실험실은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언론에 공개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연구원 정자를 이용한 체외수정 실험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황 교수 연구실 내에서 돌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도 황 교수팀의 평소 연구윤리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런 일이 과연 있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연구 총책임자인 황 교수 귀에 이 소문이 흘러들어가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지 않느냐"는 의견과 "만약 황 교수가 정말 몰랐다면 그 또한 큰 문제"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