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하 <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bluerock@scourt.go.kr > 지난해 국가의 농업개방정책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던 농민 두 분이 시위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보도를 보고 매우 가슴 아팠다. 나의 부모님도 선조도 모두 농민이기에 더욱 그랬다. 정부는 경찰의 총수와 고위 간부를 퇴직시키는 선에서 이 사태의 책임소재를 마무리하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위는 최대한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서 유래한 권리의 하나다. 그러나 폭력을 동반한 시위는 권리가 아니고 범죄행위다. 이는 법치주의를 기초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또한 시위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공공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위해하면 당연히 제한되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질서다. 온전한 개인의 천부인권 가운데 일부를 유예하고,국가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는 대신에,국가가 개인 권리를 보장하는 책무를 부담하였다는 사회계약설에 기초하여 국가가 성립하였다는 것이 근대의 국가 개념이다. 국가는 이 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영토를 보전하고,사회질서를 유지하며,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국민은 일부 권리의 보호가 유예되고,국가에 대한 의무 이행이 요구되는 것이며,여기에 국가공권력이 정당화되는 이유가 있다. 그럼,폭력시위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폭력시위를 평가하는 시각은 퍽 다양한 것 같다. 가난한 농민이나 약자인 근로자가 잘못된 정책이나 부당한 대우에 대항하여 과격한 폭력시위를 하면 이를 범죄행위로 보지 않고,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잘못된 정책을 수립한 정부나 부당한 대우를 한 사용자가 범죄자이거나 반민주적이므로,폭력시위를 한 농민이나 근로자를 훌륭한 사람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것 같다. 반면 폭력시위를 진압한 경찰은 훌륭한 사람을 죽게 하였거나 다치게 하였으니,공권력의 집행이라는 말을 꺼낼 엄두도 못 내고,낯을 들 수가 없을 지경이다. 시위 진압에서 다친 경찰은 상처를 하소연할 곳도 없고,누구도 이에 대한 관심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농업정책이 잘못되었거나 홍보나 설득이 부족하였다면,행정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진압 과정에서 공권력의 집행이 권한을 넘었거나 부당하였다면 당연히 경찰 책임자를 문책하여야 한다. 반면 시위 진압이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면 그 진압 책임자를 치하하여야 한다. 우리들은 동기와 슬로건이 무엇이건,폭력시위는 범죄행위라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 정의 또는 민주화를 위한 시위라 할지라도 현행법 아래 폭력시위는 범죄행위이지 포상거리나 대접받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없는 한,이 땅에서 폭력시위는 계속될 것이고,이를 진압할 책임이 있는 경찰은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올바른 정의나 민주화는 폭력과 친하지도 공존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