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성과급 파티'를 벌였던 주요 기업들이 올해는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거나 지급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올 들어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원·달러 환율 급락 탓에 실적이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내년 경영환경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비해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데다 갖은 악재까지 겹쳐 작년과 같은 대규모 특별 상여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등도 성과급을 주지 않거나 지급액을 삭감키로 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는 "올해는 성과급 파티를 벌일 형편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기업들의 연말 성과급 축소 분위기는 실적 부진에 외풍까치 겹친 삼성에서 두드러진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바탕으로 계열사별로 최고 700%(기본급 대비)의 연말 특별상여금을 나눠줬던 삼성의 경우 올해는 지급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작년만 못하지만 '삼성공화국론'이 제기된 데 이어 'X파일' 사건이 터져나와 그룹이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내몰린 상태여서 '보너스 잔치'를 벌일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그룹 관계자는 "실적이 지난해에 못 미치는 데다 그룹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기 때문에 대규모 특별 보너스를 주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룹 내 주력사인 의 경우 지난해 12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8조원 안팎으로 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PS(초과이익분배금:Profit Sharing) 규모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PS는 계열사와 사업부별로 1년간의 경영실적을 평가,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초과분의 20%를 임직원들에게 분배하는 제도.지난해 그룹 전체적으로 1조원가량을 PS로 지급했지만 올해는 작년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비슷한 처지다. 이 회사는 올 연초 28조원을 매출 목표로 잡았지만 실제론 24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전 임직원에게 300%(기본급 대비)씩의 성과급을 줬지만 올해는 성과급을 주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고유가에 조종사 파업까지 겪은 항공사의 사정은 더 안좋다. 성과급 지급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대한항공은 노사화합 격려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50%씩만 임직원에게 지급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기본급의 300%씩을 성과급으로 지급했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작년과 달리 성과급을 주지 않을 계획이다. 아시아나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적자만 벗어나면 최선"이라는 분위기다. 한진해운도 성과급을 지난해의 150%에서 올해 100%로 삭감키로 했다. 설비증설 등 투자를 위해 성과급을 줄여 '실탄'을 아끼는 기업도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내년 1월 중 기본급의 200% 정도를 성과급으로 나눠줄 예정인데 이는 작년(500%)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기 위해 성과급을 줄일 방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성과급 축소는 실적 부진 외에도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자금 지출을 최대한 줄여 미래에 대비하고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이건호·이태명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