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파문을 바라보는 미국 피츠버그 의대 제럴드 섀튼 박사의 입장은 무엇일까. 섀튼 박사는 지난 11월 12일(미국 현지시간) 황 교수와 갑작스럽게 결별을 선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재검증 쪽으로 결론이 난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섀튼 박사는 한때 황 교수를 '형제'라 부르며 20여개월 함께 줄기세포 연구에 호흡을 맞춰왔었다.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미국 현지의 소식을 보면 섀튼 박사는 일차적으로 난자취득의 윤리적 문제를 이유로 황 교수와 헤어졌다. 섀튼 박사는 하지만 당시 난자출처 문제와는 별개로 황 교수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연구 보고서에 일부 오류가 있었으나 이는 '정직한 착오'에 불과할 뿐 황 교수 연구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적어도 황 교수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을 표명한 셈이다. 이런 지지 입장은 지난 11월24일 황 교수가 난자문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에도 변함없었다. 섀튼 박사는 11월 25일 황 교수의 난자의혹 사과 회견 후 e-메일 성명을 통해 "황 교수가 연구를 통해 이뤄놓은 과학적 결론은 (난자윤리 논란으로) 손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하지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29일 섀튼 박사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섀튼 박사는 황 교수팀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교신 저자'(corresponding author)로 돼 있다. 섀튼 박사는 2005년 연구논문과 관련해 자신의 역할은 단지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의 영어번역 교정을 도와주는 등 제한적인 일을 했을 뿐이며 사람을 재료로 한 연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정정해 줄 것을 사이언스에 강력히 요청했다. 물론 사이언스는 섀튼 박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논문을 수정했다. 하지만 이 정도 역할 만으로는 교신 저자의 지위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교신 저자는 논문 속 대부분의 데이터에 대한 공식적인 책임을 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스스로 교신 저자의 직함을 내던지며 발을 뺀 셈이다. 황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만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던 섀튼 박사가 이 때 어떤 새로운 정보를 얻었던 것일까. 12월 들어 논문 보충자료의 줄기세포 사진 조작 의혹과 본문의 DNA 지문분석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섀튼 박사의 언행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사이언스가 황 교수팀에 의문에 대해 검토, 해명해 줄 것을 요청하고 피츠버그대도 섀튼 박사의 요구로 황 교수팀 줄기세포 연구논문과 관련한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진상 파악에 나선 뒤였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지는 지난 8일 피츠버그대 아서 레빈 의대 학장의 말을 빌려 "'섀튼 박사는 (난자기증 문제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람과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섀튼 박사가 논문의 표로 게재된 실험들과 관련해 부주의에 의한 실수가 있었던 것을 지적하면서 이런 잘못이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덧붙이면서도 피츠버그대 당국에 황 교수팀 논문 관련 논란에 대한 조사를 직접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섀튼 박사가 나서서 황 교수팀 논문에 제기된 기술적 문제들의 과학적 기준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는 말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섀튼 박사는 대변인을 통해 "황 교수가 나에게 이 문제(사진 중복 게재 문제)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나아가 지난 11일자 기사에서 아서 학장의 말을 인용해 "섀튼 교수가 황 교수의 구상에 기여했고 능력있는 과학자이지만 보통은 이 정도만으로 논문 교신 저자의 지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서 "'섀튼 박사는 (황 교수의 요청으로)교신 저자의 지위를 받아들인 것을 깊이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외신들과 달리 국내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 나오는 섀튼 박사의 입장은 여전히 황 교수의 연구논문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나 대조된다. 황 교수의 최측근이자 주치의인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10일 국제전화로 논문 진위 논란과 관련해 섀튼 박사와 의견을 나눴는데, 안 교수에 따르면 섀튼 교수는 "황 교수가 제출한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진정성을 300% 신뢰하며, 그럼에도 황 교수팀의 논문의 진정성이 훼손될 경우 황 교수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섀튼 박사가 제시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맞는지 현재로서는 섀튼 박사의 직접적인 입장을 듣지 못해 알 수 없지만 황 교수팀 관계자를 통해 소개되는 섀튼 박사에 대한 정보가 맞기를 대부분의 국민들은 바랄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