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영 <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인류학 > 프랑스에서 갑자기 그런 어마어마한 도시폭동이 계속되고 있을까? 대체 무엇이 진상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전지구화시대의 특징은 인구, 재화, 정보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혼합되며 수시로 재배치된다는 점이다.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이 전 지구적 임금수준,노동력 성격,소득수준에 따라서 쉬지 않고 움직인다. 여기서 인구의 국제적 이동은 기본적 구성요소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는 사회에서는 이른바 3D 업종과 같은 분야들이 늘어난다. 그렇지만 자동화 설비와 정보산업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각종 심부름 센터,실버 케어와 육아 및 가사도우미, 기타 생산자 서비스 활동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면서 그 일손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게 된다. 그것을 담당할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또 유출된다. 그들은 이렇게 신유목민 시대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일찍부터 인구정체가 심각한 문제였던 프랑스에서는 일찍부터 노동인구 유입을 겪었다. 특히 2차대전 후 파괴된 사회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 중 상당 부분은 이민 노동자들을 통해 충당됐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러시아계 이민자들도 많았지만 1960년대에 아프리카 등지의 식민지가 독립하면서부터는 구 식민지 출신의 이민자들도 물밀듯이 들어와 프랑스인이 되어 활동했다. 80년대까지는 상황이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기침체가 반복되고 성장에 한계가 오기 시작하면서 사회분위기는 변해갔다. 실업률 증가는 분야별로 차별화돼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금융이나 하이테크,고부가가치 문화산업,고급 지식 서비스 분야와는 달리 전 지구적 가격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문닫은 상당수 제조업 부문에 종사했던 이들의 실업률은 심각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직장을 얻는 데 별 문제가 없었던 프랑스의 제조업 노동자층이 먼저 타격을 받았다. 소규모 자영업 부문도 마찬가지였다. 이 두 분야에는 특히 해외에서 이민해온 인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었다. 당장 그들의 2세,3세는 고도화되는 지식산업 사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이탈되기 시작했다. 이들을 재교육시켜 변화의 물결 안에 통합시키는 정책과 프로그램은 거론되었으되 막상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어차피 양극화는 자연스런 결과인 것.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라 낙오하는 인구는 있게 마련인 것.그들을 모두 챙기고 통합시키려다가는 전 지구적 경쟁 속에서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중만 과중해질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리더그룹의 의식 저변에 만연해 있었다. 대도시의 교외지역에 거주하는 과거 제조업 노동자와 소상인층, 그리고 그들의 후속 세대는 이런 환경 속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상실한 채 방치된, '포기된 시민'으로서의 좌절감을 키워갔다. 그 폭발의 징후는 이미 90년대 초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95년 우파정당의 후보였던 자크 시라크는 프랑스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적 균열'을 치유하고 도시 외곽지대의 안전과 사회통합,직업훈련,그리고 중산층의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로부터 10년 후 오늘, 프랑스 전역에서 도시 소요사태가 2주일째 전개되고 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미루다가 누적,확대된 문제들이 지금 한꺼번에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IT강국 한국의 미래 발전상을 어떤 장밋빛으로 그리는가? 전지구화 시대,신유목민 시대 환경 속에서 우리의 소화력은 얼마나 튼튼하고 현실적인가? 발전의 역사에 공짜는 없다. 그리고,역사의 복병은 항상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기억하고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