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에 있는 개인사업가 K씨의 단독주택.30평 남짓한 앞마당에 아담한 2층짜리 건물로 겉으로 보기엔 여느 단독주택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사정이 다르다.


불을 켜니 사람 키만한 스피커와 대형 프로젝터,수십개의 각종 AV기기들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자동스위치로 180도 젖혀지는 안락의자와 푹신한 소파까지….유니폼을 입고 음식을 가져다 주는 직원만 있으면 소규모 프리미엄 영화관이다.


영화를 보기 위해 전원을 켜고 일본 데논(Denon)사의 A1XV DVD플레이어와 벨기에 바코(Barco)사의 Cine9 CRT프로젝터를 작동시키는 데만 10여분.프랑스 자디스(Jadis)사의 여섯 덩어리짜리 진공관 앰프를 예열시키는 것은 30분이 넘게 걸린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니 웅장한 오케스트라 화음과 함께 '반지의제왕-왕의 귀환' 영상이 미국 스튜어트사의 123인치 스크린에 나타난다.


미국 에어리얼(Ariel)사와 영국 PMC사의 제품으로 구성된 8.3채널(센터스피커 1개,프런트스피커 2개,서라운드스피커 5개,우퍼 3개) 오디오 시스템에서 울려퍼지는 '거대한' 사운드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데논 제품 외에도 메르디안(Merdian) 800,에어(Ayre) D-1X 등 DVD플레이어만 3개.감상하고 싶은 작품의 특성에 따라 기계도 달라진다.


"극장이나 콘서트 현장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음향과 영상의 감동을 집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감상하고 싶은 콘텐츠를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극장보다 낫다고도 할 수 있죠." 20년 전부터 음반 영화 등 각종 콘텐츠를 수집해온 K씨는 최근 이 집으로 이사온 이후 3개월동안 약 10억원을 들여 '자신만의 극장'을 만들었다.


3800장의 DVD 타이들,1800개의 HD녹화물,K씨 자신도 몇 장인지 모르는 레이저디스크(LD) 레코드판 CD 등은 단순한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다.


이 시스템을 설치한 김한규 GLV 사장은 "A/V 기기 외에도 환기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다양한 모드의 조명,최적의 음향과 화면을 얻기 위한 음향판과 마감재,하나의 리모컨으로 모든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 시스템 등을 갖춰놨다"고 설명했다.


각각의 품목마다 최고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하이엔드(최고급) 홈시어터'.스크린과 스피커,재생장치 등을 최고급으로 갖추는 데 최소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K씨와 같은 하이엔드 홈시어터 마니아는 아직은 수십명 정도에 불과하다는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에서 일괄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면 200만원대에도 홈시어터를 구축할 수 있다.


야마하 데논 등 '웬만한' 일본 제품에 중저가의 프로젝터를 설치하면 1000만원 정도에 꽤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안방에 최고의 영화관과 콘서트홀을 옮겨 놓으려는 인간의 꿈은 K씨와 같은 홈시어터 마니아들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1t짜리 대리석 위에 놓인 사이몬 요크(Simon Yoke)사의 턴테이블,색상 명암 등 입력 신호를 완벽하게 재생한다는 소니의 방송 규격 모니터 BVM F24 등 국내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세계 최고 제품들이 방을 한가득 채우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