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는 대기업들이 알게 모르게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다.


오리온그룹이 미국에서 들여온 중식당 '미스터차우'를 비롯, 남양유업의 이탈리아식당 '일 치프리아니', 한미약품의 중식당 '어양', 광주요의 한식당 '가온' 등이 그것이다.


또 현대종합상사는 회전초밥집인 '미요젠'과 브라세리(맥주를 직접 양조하여 음식과 함께 서빙하는 바) 형태의 '미요센'을 갖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아는 사람만 알 뿐 기업과 식당의 이미지는 별개다.


그러나 최근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삼원가든 옆 포도빌딩 지하 1층에 오픈한 '비스트로 디'(02-3443-1009)는 기업 이미지를 식당에 담은 최초의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큰 기업이 자그마한 식당을 통해 회사 홍보를 꾀한다는 것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사회적으로 음식점 운영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터라 큰 기업의 외식업 진출은 눈총까지 받았다.


비스트로 디는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간이음식점이라는 의미의 '비스트로(bistro)' 형태를 본떴다.


비스트로는 원래 1814년 프랑스로 쳐들어온 러시아 군인들이 식당에서 '빨리(bystro)'라고 외쳤던 러시아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스토랑보다는 덜 격식을 갖춘 식당을 말한다.


그래서인지 메뉴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샐러드와 수프,파스타와 리조또,메인코스,디저트로 심플하게 나눠져 있다.


간단히 샌드위치만 즐겨도 된다.


음식을 주문하면 빵이 나온다.


이탈리아 식당에서 익숙한 올리브유에 발사믹식초를 넣은 소스와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특제소스가 나온다.


빵은 담백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하다.


해산물스파게티(1만5000원)는 탄력 있는 면발이 입을 즐겁게 하고 소스는 담백하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룬다.


올리브열매가 통째 들어가 있다.


양갈비 스테이크(2만6000원)는 익힌 야채와 으깬감자가 깔려 나온다.


냄새가 전혀 없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훌륭하다.


안심스테이크도 으깬감자와 소스가 안심을 감싸고 있다.


고기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나 소스가 조금 짠 듯하다.


생선요리도 추천한다.


'샤프란 폼 소스 연어'(2만3000원)는 품질 좋은 연어 위에 캐비어와 연어알이 올려져 있다.


아래는 시금치가 깔려 있다.


연어는 퍽퍽하지 않으면서 적당히 쫄깃하고 시금치는 입맛을 돋워준다.


식자재들은 모두 '딤채'에 담겨 있다가 나온다.


와인을 딤채에 숙성시키기도 한다.


1층에는 많은 요리책을 꽂아둔 카페가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