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시카고의 마약판매원들은 수입이 얼마나 되는가. '괴짜 경제학(freakonomics)'의 저자 스티븐 레빗은 마약조직의 말단 '보병(foot soldier)'들이 월 330달러 정도 받는 것으로 조사했다. 그런 대가를 받으면서 4년을 뛴 보병은 평균 6회 경찰에 체포되고, 2.4회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상해를 입는다. 살해당할 확률은 4명 중 1명꼴인데 이는 사형수 감방에 있는 사형수가 처형당할 확률보다 높다. 이렇게 형편없는 일을 왜 하는가. 그가 100 대 1의 경쟁을 뚫고 중간보스 자리에 오르면 연 수만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조직보스의 생활은 미디어를 통해 실제 이상 화려하게 선전되고,이들은 이런 보스가 될 환상에 빠져 이 길로 들어섰다. 이제 빠져나간다 해도 다른 길을 찾기는 늦었다. 따라서 이들은 보스의 눈에 띄기 위해 튀는 행동을 하고 총싸움을 벌인다. 결국 보병들은 죽거나 팔다리를 잃어가며 조직보스의 돈벌이 도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튀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최근 MBC방송에서 벌어진 성기노출사건은 언젠가는 일어나고야 말 해프닝이었을지 모른다. 거리에는 할일을 못 찾은 청소년이 넘쳐나고 이들은 바늘끝 만한 벼락출세의 기회를 찾으며 온갖 변태(freaks)를 다 보여주고 있다. 황폐한 학교교육과 튀는 연예인,신데렐라만 비추는 방송이 이런 세태를 만드는 데 우선 기여했을 것이다. 혁신세력이 힘을 얻고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정상적인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풍조가 생겼다.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정상적으로 커리어를 쌓아 발전하는 길은 기득권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제는 부와 권력이 세습 안 되도록 누구나 서울대학에 가고 대법원장도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 정권과 전교조,시민단체들이 외치는 아름다운 길이다. 오늘날 무수히 설치된 정부혁신위원회나 행정부서는 모두 '혁신'찾기에 나서고 있다. 혁신은 곧 정상적인 경쟁을 막고 기회를 나눠주는 것이다. 대학의 신입생선발시험이나 출신학교 평가를 금지하고 정부,기업의 인사(人事)에서 이력서,고과(考課), 서열 따위를 없애는 정책들을 말한다. 필자는 서울대를 나와 고시에 합격해 지위와 명성을 얻고 부인 또한 법정의 최고직에까지 오른 인사가 공영방송에 나와서 "SKY대학을 나오면 왜 좋은 직업을 갖는데 도움이 되나요? 저는 이것이 빌딩옥상을 말하는지 알았어요"라고 하는 말을 듣고 아연(啞然)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혁신사회가 되면 모든 약자들에게 다 기회가 열리는가? 아마도 이들은 이제부터 로또 뽑기와 대책 없는 경쟁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시카고의 보병들이 모두 보스가 될 수 없듯이 지역할당제를 한다고 지방의 청소년들이 모두 서울대에 갈 수 없고, 좋은 직장에 갈 수 없다. 과거에는 실력껏 싸워서 일류 이류 등의 자리를 나눠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무수한 사람들이 당국의 손길을 그저 무작정 기다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있다. 그저 국가만 바라보는 청소년들에게 무슨 발전이 있겠으며,그런 사람을 뽑는 학교 회사 공공조직이 무슨 국제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그러나 사회가 일탈(逸脫)할수록 포퓰리스트들은 먹을 것이 많아진다. 청년들이 좋은 세월을 다 허비한 뒤 정치집단의 한낱 도구로 놀았음을 안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젊었을 때 경쟁의 기회를 주어 노력하게 하는 일 이상 청년들을 돕는 길은 없다. 경쟁하는 사회에서는 항상 앞서 달리는 자도 있지만 늦게 가는 자도 조금 더 빨리 달릴 능력을 기른다. 그런 사회의 하위 10%가 북한의 상위 10%보다 잘 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