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으로 가자'를 모토로 지난 20일부터 한경이 연재하고 있는 기획시리즈에 독자들이 보내오는 반응이 뜨겁다. 격려가 줄을 잇고 문의도 많다. 세미나나 행사,교육 일정이 나와있는지, 창시자들이 언제 오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비즈니스맨뿐만 아니라 학생 일반인들도 관심이 높다. 대학생 한팀은 학교의 장학금을 받아 블루오션의 '발상지'를 찾아 프랑스로 떠나겠다며 찾아오기도 했다. 작년과는 자못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2월 한경 가치혁신연구소가 '가치혁신 시대를 열자'를 슬로건으로 삼아 가치혁신(VI:Value Innovation) 시리즈를 연재했을 때는 주로 전략이나 혁신을 담당하는 '전문가'집단이 높은 관심을 보였었다. 많은 이들이 아는 대로 '가치혁신'은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가 지난해 10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블루오션전략'이란 논문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두 교수가 창시한 경영전략론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였다. 다시 말해 지난해의 '가치혁신'시리즈나 올해의 '블루오션'시리즈가 다루는 주제와 골자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올해의 반응은 지난해와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왜 그럴까.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창시자들이 낸 단행본 '블루오션전략'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사실이다. 인기 바람을 타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정·재계 리더들이 읽었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확산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로는 일반인까지 '너도나도' 블루오션을 외치는 이유를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책 제목이다. 이제까지 경영전략을 다른 사람의 일로만 여겨온 사람들까지 관심을 보이게 된 데는 역시 책 제목이 주는 힘이 큰 것 같다. '가치혁신'이라고 할 때는 그 자체 쉽잖은 개념들인 '가치'와 '혁신'이 합쳐졌으니 복잡하고 어렵게 보인다. 거기에 비해 '푸른 바다'라는 뜻인 블루오션은 쉽게 와닿는 것이다. 남들, 즉 전문가들이나 전략담당자들이 읽는 책이 아니라 바로 내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느낌을 이 제목 때문에 갖게 된다. 가치혁신이 기능적이라면 블루오션은 감성적 제목이다. "붉게 물든 레드오션, 즉 피바다에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방해하는 이 하나없는 저 넓은 푸른바다에서 즐길 것인가"라는 말은 알아듣기 쉬울 뿐 아니라 가슴까지 뛰게 한다. 경영서를 읽지 않던 비(非)고객들까지 몰려오는 걸 보면서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작명(作名)이야말로 블루오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감성적인 제목에 이끌려 기대만 한껏 높였다가 그 골자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 한편에서 '경영서는 어차피 유행'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생겨나고 있는 걸 보면 특히 그렇다. 분명한 것은 이 '블루오션'이 '동북아 허브' '소득 2만달러'와 같은 구호에 비해 훨씬 동기부여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무 것없이 출발해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생텍쥐페리는 "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바다를 꿈꾸게 하라"고 했다. 블루오션, 생각할수록 절묘한 제목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