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래잡이 전진기지로 이름을 날렸던 울산이 친환경 고래 생태 관광 및 조선 해양 메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27일 개막돼 한 달여 간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울산총회가 산업도시로만 각인돼온 울산의 이미지를 친환경 생태 산업 도시로 바꿔놓고 있다. 특히 이번 총회에는 미국 일본 등 61개국 정부 대표 250명 등 연인원 1만여명이 참석해 포경(고래잡이) 재개 여부를 결정짓기로 해 전 세계의 이목이 자연스럽게 울산에 쏠리고 있다. 울산시는 IWC 기간 중 고래 관련 자원과 산업시설을 관광코스로 만들고 각종 축하행사를 마련하는 등 고래도시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굳힌다는 전략이다. 울주군 서생면 진하해수욕장 앞바다에서 31일까지 열리는 2005 울산컵 국제윈드서핑대회는 22개국 220여명의 선수가 참가하고 있으며 홍콩 스타TV가 이 대회를 120여개국에 중계해 울산의 기업과 역사 문화 특산품 등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고래와 울산의 인연은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주군 두동면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에는 범고래 향고래 귀신고래 등 48마리의 각종 고래와 고래잡이 그림이 새겨져 있어 울산의 고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 조선소가 울산에 위치한 것도 선사시대인들이 고래잡이 배를 만든 솜씨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남구 장생포에는 고래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쇠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인 극경회유해면(克鯨廻遊海面)이 있으며,이 일대는 1986년 상업포경 금지 전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경기지로 울산 경제의 밑거름이 됐다. 울산시는 고래 총회를 계기로 세계적인 고래 관광 및 연구 메카로의 변신을 준비 중이다. 우선 반구대와 장생포 일대를 연계한 고래 테마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장생포 일대를 고래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래와 관련해 특화한 음식과 음식점도 적극 개발해 이를 주요 관광자원으로 삼기로 했다. 지역을 상징하는 고래 캐릭터 '해울이'를 활용한 문화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연말쯤 장생포 해양공원 내 연면적 2121㎡ 규모의 고래연구센터가 문을 연다. 총 30여억원을 투자한 연구센터는 울산을 고래 연구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울산시는 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세계적인 조선업체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해양 조선 산업의 메카로서의 기반도 착실히 다져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설립한 울산대 자동차선박기술대학원에 국비 등 30여억원을 지원하는 등 조선 전문 인력 양성에 본격 나섰다. 내년부터 박사과정도 신설한다. 또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해안에 43만여평의 조선단지를 새로 조성해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체에 공장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조선업의 특성상 부품이 거대하기 때문에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바닷가가 공장부지로 가장 적합하다"며 "온산공단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이 바닷가에 위치해 조선 업종 부지로는 적격"이라고 말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IWC 울산 총회를 계기로 울산은 산업공해도시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냈다"면서 "이제 울산은 친환경 산업 수도로 거듭 태어나 국가경제의 신 성장엔진으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