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과학자들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학술저널에 발표한 논문은 100여편에 불과하다. 대학교수나 국책연구소의 고참급 연구원들도 평생 이들 국제 학술저널에 논문 1편을 게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분자생명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석사 과정의 최민희(崔玟熙.27)씨가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되는 학문적 업적을 달성, 젊은 '우먼파워'를 과시했다. 최씨는 지도교수인 강상원 교수 연구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활성산소의 하나인 과산화수소가 세포증식의 원인물질이라는 것과 항산화 단백질인 `퍼록시리독신'이 과산화수소의 세포내 농도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세포의 이상증식으로 인해 발병하는 동맥경화나 암 등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최씨가 학부시절 이화여대 인턴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강 교수는 "인턴 연구원때 성실하고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팀에 합류한 것을 적극 환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분당에 집이 있었으나 연구를 시작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화여대 앞 신촌에 자취방을 마련, 연구에 전렴했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최씨는 "있다"며 짧게 답하며 수줍게 웃었다. 강 교수는 "요즘 젊은이들은 공부와 데이트 등 할 것은 모두 하면서도 연구도 잘한다"며 극찬했다. 특히 이번에 항산화단백질 퍼록시리독신의 새로운 기능 규명에 따라 우리나라는 퍼록시리독신 연구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수준임을 입증했다. 지난 1998년 미국 국립보건원 책임연구원인 이서구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이 단백질을 발견한 이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유성언 박사, 유대열 박사, 경상대 이상열 박사 등 국내 과학자들이 잇따라 이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 규명에 성공했는데, 이서구 교수의 학맥을 잇고 있는 강 교수의 지도하에 최민희씨가 이번에 그 연구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