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대주주 등의 개인 신상정보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무더기로 노출됐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주민등록번호, 자택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가 누출된 사람 중에는 재벌의 총수와 친인척 및 회사 임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여파가 적지 않을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시중에 유출돼 커다란 파문을 빚더니 이번에는 국가기관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 만명의 신상정보가 여과없이 공개되는 사고가 발생해 `온라인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신상정보가 노출되면 당사자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가 우려되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요즈음 같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각종 범죄와 스팸 메일 등에 악용될 소지도 큰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주말 전기공사 때문에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 차단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통에 일어날 확률이 `1만 분의 1'밖에 안 되는 사고가 실제로 발생한 것이라는 금감원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중요한 정보를 다룰 때에는 그야말로 `만의 하나'에도 대비하는 게 마땅하다. 게다가 금감원은 만 하루가 넘도록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일부 언론사가 취재에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사태 수습에 나서는 한심한 모습을 연출했다. 비록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DART는 주식투자자들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사이트이므로 재벌 총수 등의 개인 정보가 시중에 이미 유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 보안이 허술한 국가기관이 비단 금감원 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급 행정기관에서는 관리 부주의나 시스템 결함 등으로 걸핏하면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있고 범죄 피의자와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경찰의 보고서가 디스켓 채로 외부에 유출돼 피의자 등의 실명과 범죄 사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심지어 수사 당국이 주민등록번호까지 적시한 용의자 수배전단을 만들어 방송과 신문에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명색이 `세계 최강의 전자정부'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이러면 안 된다. 기업이나 개인도 그렇지만 국민 개개인의 정보를 낱낱이 파악하고 있는 국가기관들은 특히 이들 정보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국가기관에 의한 개인 정보 유출은 그 폐해가 훨씬 더 막대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각종 서식이나 자료에 개인 정보를 꼭 기재해야 하는가를 전면 재검토하고 꼭 필요한 경우라 하더라도 개인 정보는 따로 떼어 별도로 관리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두를 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