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봄 정기세일 마지막날인 17일 오후 5시.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의 거의 모든 매장은 걸어다니기가 불편할 정도로 쇼핑객들로 북적댔다. 여성 캐주얼 매장의 한 관계자는 "작년 세일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1~17일까지의 봄 세일에서 서울.수도권 백화점은 3년만에 처음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이번 세일기간중 매출이 작년 동기 보다 5.2% 증가했다. 같은 시각 광주광역시 최대 재래시장인 양동시장.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가운데 고객을 기다리는 상인들만 줄지어 앉아있었다. 이곳에서 20년동안 잡화상을 해온 박모씨는 "임대료를 미루다 못해 문닫는 업소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체감경기에 대한 '윗목'과 '아랫목'과의 온도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백화점,대형 할인점,고급 음식점 등은 영업 회복이 감지되고 있는 반면 재래시장,서민형 음식점,중급 숙박업 등은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지방' '백화점·할인점-재래시장·슈퍼마켓' '대기업-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과 지방간의 경기 온도차가 극심하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 1분기 값비싼 프리미엄급 신사정장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롯데백화점내 '골든 듀' 등 고가 액세서리 매장도 같은 기간 매출이 15% 가량 신장됐다. 서울지역내 이마트(할인점) 매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신세계 관계자는 전했다. 무역협회가 동대문시장에서 운영중인 외국인 구매안내소에 따르면 올 1분기 보따리상 상담실적이 2억8백만원으로 지난 2년간 평균 상담실적보다 10% 증가했다. 지방은 완전 딴판이다. 부산진시장에서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는 무지개상회 이정광 사장은 "대형 할인점 등과는 달리 재래시장은 최악이었던 작년말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년 전보다 가게 임대료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는데도 장사할 사람이 없어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 간석동 N호텔은 올들어 객실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매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하남산업단지내 철강가공업체인 K금속은 인력난에 원자재난까지 겹쳐 최근 공장 가동률이 50%대로 뚝 떨어졌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1백65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경동기업의 심재천 사업부장은 "승객이 최악이었던 지난해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엔 택시기사 구인난까지 겹쳐 차량의 20% 이상이 항상 놀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건설 기대에 부풀어있는 충청권 서민경제도 쓰러지기 직전이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버텨보려는 자영업자들의 가격 낮추기 경쟁이 줄을 잇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의 한 식당은 4천원짜리 해장국 한 그릇을 사먹는 고객에게 시중에서 1만∼2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차키를 복사해 주고 있다. 1천원 김밥에 이어 1천원 토스트점,2천원 해장국집이 동네방네 문을 열지만 손님은 별로없다. 부산의 경우 일부 백화점과 할인점 만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월과 3월 연속 신장세를 보였고 4월 정기 바겐세일에서도 작년 대비 품목별로 8∼12% 가량 매출이 늘었다. 울산도 돈 있는 계층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대표적인 고가 숯불갈비 식당인 신선옥의 경우 올들어 월평균 매출이 작년보다 50%이상 증가했다. 이에 반해 일반 음식점과 재래시장 등은 죽을 맛이다. 천안지역에서는 6천여곳에 달했던 음식점중 최근 2년 사이 1천2백여곳이 간판을 내렸다. 아산지역 주요 숙박업소들은 성매매 특별단속까지 겹치면서 올들어 매출이 50% 가량 줄어들었으며 20여개 숙박업소가 매물로 나와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특별취재반 ] 백창현.김인완.김태현.최성국.신경원.김철수.하인식.박동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