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 ktahn@samil.co.kr > 기업의 재무 정보는 작성된 연도나 그 기업이 속한 산업 분야에 따라서 항목이나 계산식 등이 다르다. 이 때문에 한번 작성된 내용을 다른 용도에 맞게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를 필요한 형태로 재가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지난 99년 미국공인회계사회 지원 아래 개발된 것이 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인데 현재 미국과 영국,호주 등 11개국에서 지부가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예비 지부가 결성돼 있다. XBRL은 기업의 재무 정보에 표준화된 문자태그(Tag)를 달아서 정보 이용자가 원하는 재무 정보를 신속하게 검색하고 자신의 용도에 맞게 가공하거나 여러 항목을 분석하고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국제 표준 비즈니스 언어다. 따라서 XBRL로 작성된 재무 정보는 세무신고용 재무보고서,은행제출용 재무보고서,내부회계 관리보고서 등 다양한 양식으로 변환이 가능한 일종의 정보 맞춤 서비스 개념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용뿐 아니라 재무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성의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에서는 이미 연방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감독기관이 전체 8천여개의 미국 은행들이 제출한 각종 보고서를 검증하고 공시하는 데 XBRL을 이용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모든 등록 기업들에 각종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XBRL로 작성해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미국 나스닥에 이어 토론토,룩셈부르크,도쿄,상하이 증권시장 등이 XBRL로 상장기업의 재무 정보를 공시하고 있거나 곧 공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XBRL이 머지않아 기업재무 보고 언어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으리란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시범 사업이지만 작년부터 코스닥증권시장에서 30개 스타지수 기업에 대한 전체 재무제표를,증권거래소에서는 상장기업 전체에 대한 요약재무 자료를 XBRL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시하고 있다. 앞으로 금융감독 관련 정부기관뿐 아니라 상장회사협의회 등 재무 정보의 작성 및 공시와 관련된 여러 단체의 관심이 XBRL의 정착에 모아진다면 회계 투명성 확보는 물론 기업정보 유통이란 새로운 시장의 개발 효과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예로부터 새로운 것에 접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종종 기대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