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프닝) 출자총액제한제 유지와 금융계열사 의결권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재계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 늘리기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데요. 박 재성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짚어 봅니다. 박 재성 기자가… (앵커) 먼저 가장 눈에 띠는 곳은 단연 SK 아니겠습니까? 이미 소버린이 공공연하게 최태원 회장 교체 등을 들고 나서고 있는데요. 움직임이 어떻습니까? 지난 주말 주식시장에서는 장 마감 후 삼성전자가 사모펀드를 통해 SK주식 180만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는데요. SK지분 1.39%에 해당합니다. 관측대로 삼성전자가 SK의 백기사로 나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고서상에는 여유자금의 운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집중적으로 사들였고요. 투입한 자금만도 천백74억원에 이릅니다. 삼성전자가 설정한 사모펀드의 규모가 2천5백억원이니까요. 이미 절반 가까이 SK주식 매입에 쓴 셈이고요. 앞으로 추가 매수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팬텍앤큐리텔 등도 공개적으로 SK 우호지분을 늘리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증권가에서는 두 회사가 SK텔레콤측에 단말기를 공급해야 하는 협력 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SK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날 SK텔레콤이 자회사 SK텔레텍을 팬텍앤큐리텔에 넘길 것이라는 추측까지 증권가에서는 나돌았는데요. 사실 무근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계열사까지 나서 힘을 보태기로 했다면 SK로서는 한시름 덜은 셈이겠군요. 현재 지분구도는 어떻습니까? 소버린이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자격을 문제 삼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요구한 상탠데요. SK이사회에서 이를 거부해 법정 공방이 벌어졌고 지난 8일 SK가 소버린 측의 소명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르면 법원의 판결이 이번 주쯤에 내려질지도 모르고요. 이 때문에 SK로서는 더욱 시급한 처지에 놓여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SK의 지분 구조가 매우 취약하지 않습니까? 반기 기준으로 계열사 등을 포함해 최태원 회장의 보유 지분이 17.65%밖에 되지 않습니다. 반면 소버린이 약 14.99%니까요. 상당히 취약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1.39%를 보탰고요. 팬택앤큐리텔이 1.12% 이토추상사 0.26% 태양석유 0.25% 등으로 협력 회사들이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도 3% 정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유기화합물 제조업체 한국포리올도 0.36% 지분을 취득하기로 결의했고요. 심지어 울산상공회의소에서도 SK주식 갖기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을 다 모으면 20% 정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소버린측이 우호지분 등을 모으면 25%선으로 예상되고 있으니까요. 최악의 경우 표대결 등을 염두에 두면 SK로서는 어찌됐든 계속 우호지분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는 처집니다. 캐피탈그룹 방한 때라든가 얼마전 UBS 증권이 주최한 컨퍼런스 등에서 SK 경영진이 계속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하겠습니다. (앵커) 비단 SK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 그룹사들도 움직임이 바쁘지 않습니까? LG그룹도 지주회사인 대주주들이 ㈜LG 지분을 늘렸다면서요? 금요일 공시를 보면 LG그룹의 구씨 일가가 지주회사인 LG지분을 10% 넘게 늘렸습니다. 구본무 회장이 9월 이후 16만주를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종전 9.97%에서 10.06%로 0.09%P 늘렸고요. 구 회장을 포함해 일가들은 LG연암학원을 대표로 신고했는데요. 구씨 일가의 지분 증가율은 종전 44.82%에서 55.62%로 10.8%P가 늘었습니다. LG측은 지분 확대가 계열 분리에 따른 변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LG그룹과 GS그룹으로 구씨와 허씨 계열이 분리되면서 구씨 측은 지분을 늘리고 반대로 허씨측은 지분을 판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영권 위협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고요. 증권가에서는 동업 관계를 끊고 각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분 구조가 취약하기는 현대자동차 그룹도 예외가 아니지 않습니까? 현대차 관련해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역시 지난 주말 공시로 현대차 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비상장기업 글로비스가 자회사인 엠코와 해비치리조트 주식 지분을 정몽구 회장 일가에게 매각했다고 전해졌는데요. 글로비스는 옛 상호가 한국로지텍주식회사이고 운송사업 물류사업이 주력 사업입니다. 현대차나 기아차와 협력 관계에 있고요. 글로비스에 대해서는 지분을 100% 보유한 정회장 일가가 계속 매각 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자회사 처분도 글로비스를 좀더 팔기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고 관측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글로비스를 매각하면 그 매각 대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라는 문제인데요. 증권가에서는 현대차나 현대모비스의 지분 인수 또는 매물로 나올 예정인 현대오토넷 인수… 기아차 지분 인수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비상장 회사를 매각해서 보유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는데요. 이런 관측이 무성한 것은 현대차 그룹 역시 지분관계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에 출자하고 현대차가 기아차에 출자하고 다시 기아차가 현대모비스에 출자하는 출자 관계라서 어디 한 곳이 삐긋하면 그룹 경영권 자체가 위태로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일례로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이 실질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를 모두 지배하고 있지만 기아차는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데서 알 수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경영권 방어에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처지는 아닌 것이죠. (앵커) 결국, 이런 것을 보면 기업의 가치는 갈수록 향상되는데,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낮다 보니 끊임없이 경영권 위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로군요. 비단 이들 기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 둘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근에 논의된 것 가운데 하나가 사모펀드인데요. 토종 대항마를 육성한다… 이런 취지 아니었습니까? 이 사모펀드에 대해서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같은 경우는 “주워 담으면 되는 시장이라고 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다”고 했는데요.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빈 말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같은 경우에 시가총액이 2조원을 조금 넘는데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의 가치가 이보다 훨씬 큽니다. 반면에 최대주주 지분율은 12% 남짓에 그치고 있고요. 한화 같은 경우도 한화석유화학과 대한생명이라는 알짜 기업 두 개를 갖고 있는데요. 시가총액이 지분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외에 한솔제지, 대림산업, 코오롱, CJ 같은 중견그룹들도 기업가치에 비해 최대주주 지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삼성물산 때문에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지 않았습니까? 외국인이 사기 시작하면 크게 오르고 팔면 급락해 버리는 경우도 적잖은 것 같은데… 이것 역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가 단 사흘새 삼성물산 주식 770만주를 처분하면서 38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장 삼성물산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것처럼 보여, 더욱 시장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SK의 백기사로 나서지만 삼성물산은 헤르메스라는 흑기사에게 당했다… 이런 말들도 나오고 있는데요. 감독 당국도 처분 과정에서 시장을 조작한 혐의가 있지 않은지 심리 후에 문제가 있으면 조사하겠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지난 주말에는 SK도 주식 약 7백만주가 외국인들 사이에 옮겨 다녔는데요. 금액으로는 4천5백억원 어치 지분율로는 5.6%에 이릅니다. 증권가에서는 여러가지 설이 나돌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경우처럼 일부에서는 이미 차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결국 취약한 지분 구조가 M&A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면, 실제 성사여부와 관계 없이 주가가 몇몇 대형 펀드들의 입김에 휘둘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에 걸맞는 소유 지분 관계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박재성기자 js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