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하반기 들어 침체되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냈다.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과 중소기업 대책,서비스 규제완화 등 3대 미시정책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정책구호가 바로 '기업 기(氣) 살리 기'다.


대기업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휴ㆍ폐업이 불가피한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에서,중소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응급조치'가 마련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중소기업이 생존함으로써 고용이나 관련 업종의 존속이 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한 경제논리다.


중소기업 없이는 대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국부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 불황의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일본의 저력도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적극 육성한데서 나왔다는 평가는 귀 기울일 만하다.


일본 중소기업은 기업 수 전체의 구성비에서 99% 이상이며,기업의 상용고용자수가 전체 고용자수의 63%(2001년도 총무성 통계)에 이르는 등 일본의 경제재생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중소기업의 투자 확대가 일본 경제의 선 순환을 불러온 중요한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일본 중소기업의 불황 탈출기'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중소제조기업이 1999년 하반기 이후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기기와 반도체 제조 장치용 기계부품,프린트기판,광학렌즈 등에 투자하면서 디지털카메라 및 디지털TV분야에서 일본 대기업의 부흥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 일본 중소기업은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20% 이상의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를 수행,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변화에 적응력을 높이고 독자적 생존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중소기업의 불황 탈출에는 꾸준한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중소기업의 국내 생산액 대비 수출비율은 20.3%로 대기업의 33.9%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1995년 이후 내수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수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 2002년 4/4분기부터는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질렀다.


중소제조업체들이 해외시장이라는 대안을 적극 모색해 활로를 열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의 부흥은 적극적인 기술 및 설비투자,생산품목 다양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고객기반 다변화를 이룬 일본 중소기업들이 주역이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한편,중소기업 불황이 가장 심했던 2001년 1/4분기 일본중소기업청의 조사에 따르면 '가장 힘을 기울인 활동내용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신상품 개발'이라고 응답한 비율(33%)이 '기존제품의 개량'이라는 답(10%)보다 높았다.


이는 결국 일본 중소기업들이 시장이 축소되는 환경에서도 기존 생산품목의 이익률을 높이기보다 생산품목을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판로를 확충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결론이다.


일본의 사례처럼 중소기업이 신바람을 갖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지원대책은 물론 전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경쟁력을 업종이나 산업 등 하나의 기준을 적용해 한계기업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업종에 따라 퇴출이 불가피한 부문이 있는가 하면 같은 업종이라도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제품이 있게 마련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일률적으로 경제적 약자로 분류돼 대기업에 비해 항상 불리하다는 인식으로 정책적인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는 존재로 취급돼 왔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자금이나 인재 확보,경영자원 조달측면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속담이 있듯 주먹구구식 경영에서 탈피,고품질 등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 21세기 기업경영의 현실이다.


정책의 보호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일어나려는 자정노력을 통해 각 분야에서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우량기업들이 있다.


(주)엔비나라이프와 (주)케이엔티,(주)디스테크,(주)동양크레디텍,삼삼종합중기(주) 등이다.


한정된 자본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각 분야의 'Leading Company'로 성장한 '신뢰받는 성장기업'들의 경쟁력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