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판검사 출신 변호사 전진배치 ] 삼성 15명으로 가장 많아, LG와 SK그룹도 각 3명, 2명 포진 최근 삼성, SK가 굵직한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영입하는 등 법무실(팀)을 강화해 눈길을 끈다. 현재 진행 중인 대선자금 재판과 향후 있을 수 있는 각종 기업소송사건들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 변호사 2명만 확보했던 LG는 지난해 검사 출신 변호사 1명을 법무팀에 투입했다. 과연 이들 3대 그룹의 법무실(팀)을 이끄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삼성 구조본 법무팀 최강 드림팀 진용갖춰 삼성, LG, SK 등 3대 그룹 중 최강의 법무실(팀) 진용을 갖춘 곳은 삼성. 삼성은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 법무실(팀)에 소위 ‘잘나가던’ 15명의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포진시켰다. 이들 중 8명이 구조본 법무팀에 근무하고 있고 7명이 특수부 또는 공안부를 거친 검사 출신이다(표참조). 삼성은 특히 거물급 검찰인사 이종왕 변호사(55)를 법무실장으로 영입하면서 실장의 직위를 종전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높였다. 또 내근직 사원 1명을 빼곤 모두 상부보급 이상의 임원들이다. 삼성은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변호사들의 경우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연봉 5,000만원 정도의 과장급 대우를 해주고, 10년차의 판검사 출신들의 경우 상무급 대우를 해준다. 법조계 인사는 “그동안 삼성의 법무실은 삼성과 관련된 소송을 직접 맡기보다는 일반적인 그룹 법무관리나 법조계 인사 근황 파악 등 참모 활동만 해 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 법무실의 위상 강화를 계기로 역할 범위가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은 구조본 법무실 외에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에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지워싱턴대 석사 출신의 김광호 전무(47)가 팀장을 맡고 있고, 그 밑으로 3명의 법무담당 임원들이 포진해 있다. 임원들 중 2명은 판사 출신이다. LG그룹은 (주)LG 법무팀이 대표 격이다. 김상헌 부사장(41), 이종상 상무(37)를 포함, 7명이 지주회사 이사회 지원, M&A 법률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김부사장은 판사, 이상무는 검사 출신이다. 김부사장은 사실상 LG그룹 상임법률고문(1987~1994)을 지낸 진영 한나라당 의원(서울 용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LG전자 법무팀은 판사 출신의 팀장인 권오준 상무(38)를 비롯해 한국인 변호사 5명, 미국인 변호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법무팀의 조직체제를 사업별 담당에서 법무기능별로 강화시켰다. 이에 따라 LG전자 법무팀은 기획법무그룹, 계약법무그룹, 경영법무그룹, 프로젝트ㆍ송무그룹 등 4개 그룹에 30명이 근무하고 있다. LG화학은 고정한 법무담당 상무(47) 등 11명이 법무팀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 법대를 나온 고상무는 LG에 입사 후 그룹 법률고문실을 거쳐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한 국제변호사이다. LG상사 등 다른 계열사들도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미국 로스쿨을 나온 국제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구조본 해체 이후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법무조직과 각 계열사의 법무조직이 있다. 현재 SK(주)에 최근 신설된 윤리경영실이 법률지원그룹을 운용하면서 기업경영의 리스크 해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초대 윤리경영실장은 검사 출신 변호사인 김준호 부사장(47)이 맡고 있고, 법률 지원그룹은 판사 출신 변호사인 강선희 상무(39)가 책임지고 있다. 이와 함께 SK(주),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법률조직이 각각 구성돼 있다. 또한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국제변호사가 크게 늘어나 SK(주)에는 국제변호사인 황석진 상무를 팀장으로 20여명(국제변호사 3명 포함), SK텔레콤에는 윤순환 상무를 법무팀장으로 20여명(국제변호사 5명 포함), SK네트웍스는 조재훤 팀장과 1명의 국제변호사 등 10여명이 활동 중이다. SK 관계자는 “기업경영에서 발생하는 법률적 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법률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그룹 판검사 출신 변호사 경력 ‘쟁쟁’ 이종왕 삼성 구조본 법무실장은 대검수사기획관을 지내고, 법무법인 김&장에서 주로 기업관계 소송 변론을 맡다가 삼성에 영입됐다. 이실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다. 이에 노대통령 탄핵심판 때 대통령측 변호인을 맡았다. 또 다른 17회 동기로 진영 한나라당 의원, 안대희 부산고검 검사장, 이종백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임승관 부산지검 검사장, 정상명 대구고검 검사장, 유성수 대전지검 검사장 등이 있다. 이실장은 지난 99년 말 옷로비의혹사건 수사 중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사법처리를 놓고 검찰 고위층과 갈등이 빚어지자 사직서를 냈다. 이실장은 김&장에서 SK 분식회계사건, 대북송금사건, LG의 대선자금사건 등의 굵직한 기업 관련 소송을 맡았다. 삼성과는 에버랜드CB 저가발행으로 기소된 허태학 전 삼성에버랜드사장(현 삼성석유화학 사장)의 변호가 첫 인연이다. 삼성 구조본 김수목 상무대우(40)는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2002년 이용호 게이트 세번째 수사팀을 맡았다. 당시 김상무대우는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업씨가 혐의를 부인할 때마다 진술 모순점을 찾아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김&장으로 옮겨서는 나라종금 의혹사건 변호를 맡기도 했다. 삼성구조본 엄대현 상무대우(38) 역시 서울지검 특수1부 검사 출신으로 특수통이다. 엄상무대우는 증권 및 경제분야의 식견이 높아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등 대형 경제사건에 투입되곤 했다. 엄상무대우는 99년 수천억원대의 금융사기극을 벌이고 중국으로 도주했던 희대의 사기범 변인호의 도주행각을 밝히는 수완을 발휘했다. 하지만 엄상무대우는 2000년 경제적 문제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표를 제출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삼성구조본 여남구 상무대우(41)는 2001년 사회 이슈로 떠올랐던 인터넷업체들의 무료제공 e메일 서비스 중단에 따른 네티즌의 피해보상 소송사건을 맡았다. 당시 그는 서비스업체에 대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수원지검 특수부 출신인 삼성구조본 이기옥 상무보대우(37)는 백두사업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린다 김을 조사했고, 2000년 의료계 집단폐업사태를 수사했다. 삼성생명 법무팀장인 신흥철 상무(40)는 서울지법 판사 시절인 95년 검찰의 12ㆍ12 및 5ㆍ18사건과 관련,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전영장신청을 발부해 당시 많은 시선을 받았다. 김대열 삼성물산 법인팀장(상무대우ㆍ41)은 부산지검 검사 시절 검찰의 ‘자녀안심 학교 보내기 운동’의 공익광고 주연으로 방송을 타기도 했다. 7년 동안 삼성 구조본 법무실을 이끌어온 김용철 변호사는 사직서를 내고 법무법인 하나종합법률사무소에 둥지를 틀었다. 김변호사는 “30대는 검찰에서, 40대는 기업에서 지내며 좋은 경험을 했다”며 “또 다른 나의 계획을 위해 옮긴 것일 뿐 개인적인 감정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상헌 LG법무팀장(부사장)은 94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영생교주의 헌금 강요 재판을 맡았다. 잘나가던 김부사장은 모친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 변을 당하자 자책감을 이기지 못해 96년 사직서를 냈다. 김부사장의 부인은 노소라 서울지법 판사. 이종상 LG법무팀 상무(37)는 검사 시절 97년 유명필기구업체인 한국빠이롯드 대표의 부도수표사건을 수사했고, 권오준 LG전자 법무팀장(상무)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상속재산 법정분쟁 주심판사를 맡았다. 김준호 SK 윤리경영실장은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정책기획단에서 법무ㆍ검찰개혁 업무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김부사장은 97년 지청장 보직도 마다하고 한보 재수사 드림팀에 참여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의 강선희 SK CR전략실 법률자문역은 대통령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내다 SK에 합류했다. 김진호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가 남편. 김검사는 2001년 소액주주 집단소송제 공청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기업 투명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창희 기자 twin92@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