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창 밖으로 성냥갑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중국 전통가옥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물 구덩이는 호수인 듯싶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산봉우리는 태산이 아닌가.


너른 벌판을 가로지르는 누런색 띠는 황하 줄기가 틀림없다.


옛 춘추전국시대 제ㆍ노나라의 주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문득 공자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집집마다 샘물이 솟고 수양버들도 늘어진 산둥성의 성도 지난(濟南).


'샘물의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샘이 많다.


표돌천은 지난 시내 72개 명천중 으뜸이다.


3개의 샘구멍에서 맑은 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며 맴돌아 흐른다.



찜통 더위는 그 속으로 뛰어들라고 충동질하지만, 이 샘물로 만들었다는 표돌천맥주로 갈증을 달랜다.


대명호는 도시 샘물들이 한 곳에 모여 이뤄진 천연호수.


연꽃이 만발하고 수양버들이 흐느적거린다.


호심에 자리잡고 있는 역하정은 이백, 두보 등 거물급 문인들이 시를 읊던 명소다.


청나라 건륭제가 이곳을 찾았을 때 호수의 개구리들이 기뻐하며 요란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한다.


황제가 너무 시끄럽다고 하자 개구리들은 그후부터 울지 않게 되었다니 믿거나 말거나다.


영암사는 1천6백년 역사를 지닌 사찰이다.


천불전 중앙에 석가모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타내는 3개의 좌상이 자리잡고 있다.


벽면엔 40개의 나한상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대변하듯 각양각색의 표정과 자세로 앉아 있다.


당시의 실존 인물 그대로를 진흙으로 빚고 자연색 물감으로 옷이나 장식들을 그렸다고 한다.


하나를 뺀 모든 나한상 몸통엔 실크로 만든 내장이 들어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그 속에 다른 나한이 들어있다고 한다.


"피와 살이 있는 듯이 생동한다"는 찬사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공자는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아보이더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태산은 '오악의 으뜸'이요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중국인의 영원한 우상이다.


해발 1천5백45m로 그리 높은 산이라 할 수 없지만 중국인들은 태산 등정을 일생의 영광으로 삼는다.


태산이 자신들의 소원을 하늘에 닿게 해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72명의 중국 황제들은 이곳에 와서 옥황상제께 제사를 지내 자신이 하늘의 아들임을 인정받고 이를 세상에 고했다고 한다.


태산의 자연경관 또한 천하제일 명산으로 손색없다.


계곡이 깊고 군데군데의 높은 폭포 그리고 수백년 된 고송들이 즐비하다.


특히 산 정상에서 맞는 황금빛 낙조, 구름바다를 뚫고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압권이다.


태산정상에 오르는 길은 몇개 코스가 있는데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일천문부터 남천문까지 7천 계단을 하나하나 밟으며 태산의 숨소리까지 느껴봄직하다.


18반이라 불리는 절벽 계단은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


사닥다리를 곧추세워 놓은 것 같다.


천외촌 광장에서 차를 타고 중천문까지 가서 다시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 힘을 덜 들이고 남천문에 도착할 수도 있다.


남천문은 '하늘의 마을'로 들어가는 대문.


하늘의 거리엔 식당, 기념품가게, 여관 등이 줄지어 들어서 속세의 거리와 다름없어 보인다.


태산의 여신 벽하원군을 모셨다는 벽하사에 이르니 성깔깨나 있어 보이는 도교 도사가 문을 지키고 서 있다.


운무에 둘러싸인 사찰은 하늘의 궁궐처럼 신비스럽기만 하다.


태산 주봉 꼭대기 옥황정엔 옥황묘가 있다.


사찰 중앙에 '1천5백45m 태산극정'이라 써 있는 비석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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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지난(濟南)에선 지금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거리 곳곳에 대회를 알리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식당, 호텔 등은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이곳 주민들은 월드컵 4강 한국축구를 직접 눈으로 볼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리더밍(李德明) 산둥성 관광국장은 "한국 경기는 이 대회 최고의 흥행카드다. 산둥성 종합경기장은 한국축구의 홈 그라운드와 다름없을 것"이라며 "대회 기간중 5천명 이상의 한국 응원단,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예선에서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쿠웨이트와 싸운다.


하나투어(02-2127-1368)는 한국팀의 예선 전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아랍에미레이트(23일), 쿠웨이트(27일) 전에 맞춰 출발한다.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청두, 지난, 태산, 곡부 등지를 둘러본다.


항공으로 이동하는 4박5일 상품은 74만9천원.


인천에서 위동페리를 타고 들어가는 4일, 5일 상품은 34만9천~39만9천원.


한국팀 성적에 따라 8강전(31일)과 베이징에서 열리는 4강전(8월3일), 결승전(8월7일) 관람여행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박정호 기자 parkbi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