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 6곳이 해킹 프로그램에 노출된 사건은 그냥 보아 넘길 일이 결코 아니다. 군사장비를 연구하는 국방과학연구소,국방정책을 다루는 국방연구원,그리고 원자력연구소 등 국가기밀과 관련된 기관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이들 기관이 해킹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긴급조치를 취했다고 하지만 이미 상당량의 정보가 빼돌려졌을 수도 있다. 감염된 PC를 원격 조정해 정보를 빼내는 이른바 트로이목마 공격기법을 구사한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해킹을 위해 전송된 e메일 제목이 한글로 돼 있다는 점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해커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거나 한국어 구사자와 관련있을 지 모른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발신지가 중국이라 해도 우회지로 활용됐을 수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이 분야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의 말대로 국가정보를 빼내가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심상치 않은 사건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얼마나 많은 정보가 유출됐는지 아직 확인조차 안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메일 첨부파일을 통한 이런 공격기법이 처음 시도된 것도 아니고 올해 초 대만에서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는 점에서 미리 대비할 수는 없었는지도 묻고 싶다. 국내에서 인터넷이 상용화된지 10년째를 맞이했다는 지금 국가기밀을 다루는 기관마저 해킹에 쉽게 노출될 정도라면 다른 기관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각종 금융사고라든지 빈번한 정보유출과 사생활 침해사건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정보통신망이 더욱 발전하면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 서비스가 가능한 유비퀴터스 환경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해커의 공격 등에 대비한 보안에 가일층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를 초래할지 모른다. 이번 사건으로 모두가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