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LG전자 삼성SDI 등 핵심 IT(정보기술)주가 지난주말 연중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중국경제의 긴축, 미국의 금리인상, 고유가에 이어 반도체 LCD 등 IT경기가 하반기 이후 꺾일 것이란 우려 탓이었다. 증시 내적으로도 불길한 신호가 적지 않다. 주가의 추세(트렌드)를 말해주는 장ㆍ단기 이동평균선이 일제히 하향, 추가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인의 움직임도 좋지는 않다. 최근 IT주, 은행주를 중심으로 순매도로 돌아선데다 지난 주말에는 주가지수 선물까지 대거 매도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현재로선 종합주가지수가 전 저점(716)을 지켜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단기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는 가급적 자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주가 하락세가 어디서 멈출지, 언제 반등할지 예측불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 투자자들에겐 최근의 주가급락이 저가매수의 기회임은 분명하다. 특히 주가하락으로 배당투자 여건이 급속히 무르익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6월 반기결산이 다가오면서 중간배당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기업들의 실적이 다소 나빠진다 하더라도 잉여현금이 워낙 풍부해 배당금을 대폭 줄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우량주를 저점매수해 연말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적극 고려할 때"라고 강조했다. ◆ 알짜 우량 배당주 속출 배당수익률이 은행 금리를 웃도는 '알짜 배당주'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형주에서 배당수익률이 7%를 넘는 종목이 적지 않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예상 배당금과 지난 10일 종가를 기준으로 예상 배당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5% 이상인 대형주가 20개 종목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신양회는 9%로 전망됐으며 KT 한진중공업 LG석유화학 한국가스공사 등도 7%가 넘는다. 이밖에 한국전력 제일모직 현대중공업 KT&G LG화학 현대산업개발 등도 현 주가에서 5% 이상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주말 급락장에서도 KT 가스공사 KT&G 등이 강세로 마감한 것도 이같은 배당투자 메리트 덕분이었다. 대형주가 배당유망주로 등장하자 그동안 개인이나 일부 외국계 소형펀드의 '틈새 전략'으로 치부됐던 배당투자에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손 상무는 "국고채 등 채권수익률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관들이 적지 않다"면서 "금리보다 높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배당투자 전략에 관심을 보이는 기관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으면서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중소형주도 봇물을 이룬다. 동원증권은 △PER(주가수익비율) 10배 미만,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이며 △최근 2년 연속 배당이 감소하지 않은 상장사 가운데 배당수익률 7% 이상인 종목이 32개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일건설 영풍제지 신일건업 하이스틸 등 10%가 넘는 배당유망주도 적지 않다.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는 "주가하락으로 배당투자 여건이 그 어느때보다 무르익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시장전망이 불투명할 때는 배당유망주를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 꿩도 먹고 알도 먹고 물론 배당투자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실적악화 등을 이유로 기업이 배당금을 줄이면 실패할 수도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손 상무는 "주주중시 경영이 확산되면서 상장사들이 이익 감소시에도 배당금을 꾸준히 지급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년간 경기진폭에도 불구하고 상장기업의 현금배당총액은 1999년 1조8천억원, 2000년 3조7천억원, 2001년 3조9천억원, 2002년 4조3천억원, 2003년 6조4천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배당투자의 또 다른 장점은 시세차익을 덤으로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채원 상무는 "대내외 악재가 소멸되고 주가가 상승추세로 전환할 경우 배당기일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간에 팔아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주가가 연말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면 은행에 예금했다고 여기고 배당금에 만족하면 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