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탑산업훈장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오는 2006년까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특허보유 2위가 되도록 연구개발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산업을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1등공신'역할을 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51)은 수상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황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으로 지난 8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딴 뒤 인텔에 몸담고 있다가 89년 삼성전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94년 세계 처음으로 2백56메가 D램을 개발한데 이어 1기가 D램,4기가 D램도 잇따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 총회에 참석,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플래시메모리의 집적도는 매년 2배로 늘어났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발언이 그대로 적중하면서 당시까지 통설로 전해온 '무어의 법칙'(메모리 집적도는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을 깨트려버렸다. 반도체업계에서 '황의 법칙'(Whang's law)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황 사장은 '필사즉생,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죽기를 각오하면 살 길이 생기고 살 길부터 생각하면 결국 죽게 된다는 말이다. 그는 이러한 각오로 메모리사업을 키워나갔다. 2000년 메모리사업부 사장으로 취임한 뒤 플래시메모리,퓨전메모리 등 새로운 부문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관련 분야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90나노 플래시메모리를 양산한데 이어 70나노 플래시메모리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그는 요즘 차세대 휴대전화기 보급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50나노급 플래시 제품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황 사장은 연구개발과 관련된 특허 획득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까지 17만1천건의 산업재산권을 출원하고 7만5천건을 등록하는데 황 사장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폰,TFT-LCD,디지털TV 등의 해외특허 획득에 열을 올리면서 지난해 말까지 미국에서 1만1천7백여건의 특허를 따냈다. 지난 한햇동안에만 미국에 1천3백13건의 특허를 등록,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특허 상위 10위권에 포함됐다. 황 사장은 인재 육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 99년 반도체 공정에서 생기는 불순물을 제거해 주는 유기화학 물질인 'PR Stripper'를 발견한 연구원에게 2억원의 특별보상금을 지급했다. 올들어 반도체 부문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 반도체인 상'을 제정,시상하는 등 연구개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