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지난 30일 경제5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재계가 열린우리당에 티끌만한 의구심이라도 있다면 지워달라"며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민생 경제 회복에 앞장서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총선 이후 재계와의 첫 공식 만남인 이날 정 의장은 중소기업 연구개발비 세액공제확대,대기업 최저한세율 인하,임시 투자세액공제 연장,17대 국회에서의 규제개혁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인 정책 대안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명실상부한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재계 대표들을 만나 "안심하고 투자할 것"을 당부한 것 자체만으로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총선 이후 정치권의 움직임, 특히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한 재계와 국민들의 의구심이 컸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여권 지도부의 이런 철학이 구체적인 정책에 반영될 경우 과감한 규제 철폐 등 기업 경영환경이 더욱 개선되리라고 기대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회동만으로 재계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힘들다. '안심해도 좋다'는 정 의장의 말과는 달리 여권 안에서조차 보수와 진보,성장과 분배라는 이념논쟁이 그치지 않고,17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벌써 자리다툼과 입각을 둘러싼 신경전이 벌어지는 등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을 두는 정치풍토가 재연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윤철 감사원장이 나서 "지금은 이념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고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했겠는가. "국민들에게 이데올로기 논쟁이 와닿을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처럼 지금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성장중시냐,분배중시냐에 대해 논쟁할 겨를도 없다.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늘려 민생을 안정시키는게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일 뿐이다. 청년실업률이 10%를 오르내리는 등 국내 경기가 가뜩이나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긴축 선회와 미국의 성장둔화 우려 등 국제적으로 메가톤급 악재들이 터져 나오는,그야말로 위기로 치닫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제 과반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말만이 아니라 재계와 국민들이 정말로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기조를 구체적으로,그리고 분명하게 밝히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오늘 열리는 여야대표 회담도 경제회복을 위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국민들에게 확고한 실천의지를 천명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