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미하라시에 있는 스자키공업. 종업원 39명에 월간 8천만엔의 매출을 올리는 자동차용 금속부품 제조회사다. 수백종의 부품을 도요타에 납품하는 이 회사에서 도요타 연수단은 도요타생산방식(TPS)의 실체가 무엇인지,그들이 낭비요인의 제거를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노력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스자키 미키오 사장(54)이 직접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했다. 스자키 사장은 먼저 창고쪽으로 연수단을 안내했다. 최신 설비가 가득한 생산라인을 보여주고 맨 나중에 창고를 둘러보게 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일반적인 견학코스와는 정반대다. "도요타 생산방식의 골격인 '간방'과 'JIT(just-in-time)'는 후공정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공정이 이뤄지는 게 특징입니다.따라서 후공정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전체 공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간방에 대한 스자키 사장의 개념 설명이 이어졌다. "간방은 물건과 정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무다(낭비)'를 제거하기 위해 도요타 본사는 물론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도 표준화된 '간방'을 활용하고 있습니다.간방 한 장에는 생산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어요.가격이 필요한 경우엔 바코드가 추가됩니다.이 간방이 어디에서 옵니까.바로 고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도요타의 오오노 다이이치 공장장이 간방방식을 처음 도입한 것은 1963년. 목적은 물론 재고를 혁신적으로 줄이는데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요타에 재고는 중요한 개선의 대상이다. 스자키 사장은 슈퍼마켓에서 물건이 팔리면 그 즉시 팔린만큼 채워넣는 개념과 같다고 설명한다. 스자키공업은 누구라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위치를 동서 A·B·C·D,남북 1·2·3·4로 표시했다. 오류(휴먼 에러) 방지를 위해 고안된 공장 안의 다양한 장치 또한 연수단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용접기의 경우 기계 자체를 꼭 맞는 치구가 아니면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해 오류의 소지를 아예 없앤 것도 있다. 오류방지 시스템은 공장 여기 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센서에 의한 불량확인,불량·양품 선별 장치,준비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어가이드 설치 등 별 것 아닌 것 같은 장치들의 기능이 알고 보면 품질에 직결되는 것들이라고 스자키 사장은 소개했다. 교육을 주관하는 한국표준협회 권기수 팀장은 "도요타 협력업체 어디를 가나 휴먼 에러가 나올 것 같은 곳에는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낭비 제거 노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트럭용 걸쇠(적재함 잠금장치)를 가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3초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들으면 처절함마저 느껴진다. 0.5초를 줄이기 위해 부품 상자를 경사지게 놓고 또 다시 1초를 절약하기 위해 작은 부품을 하나씩 잡을 수 있도록 자석을 붙여놓았다. 여기에 더해 라인을 조정,작업자의 이동거리를 최소화함으로써 작업시간을 3초 단축했다고 한다. 스자키 사장은 공장 내 숨어있는 낭비를 찾아내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하기도 한다. 실례로 금형 교체에 1시간 이상 걸리자 금형교체 작업을 비디오에 담아 세밀히 점검했다. 그 결과 아무런 움직임 없이 30분 이상 흘러가는 게 밝혀져 생산지시 간방과 소재 정보를 재작성,작업시간을 30분 가량 줄였다는 것. 삼성테크윈 박종성 기장은 "중소기업이지만 개선 마인드가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풍산 손경일 기사는 "문건이나 기술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나라 공장과 달리 도요타에서는 현장에서 실무 중심으로 문제를 푸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장 안내를 마친 뒤 스자키 사장은 도요타에 계속 납품하려면 이런 개선활동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요타 방식은 그 자체가 혁신의 수단입니다.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도요타 방식은 그런 점에서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스자키 사장의 얘기가 강하게 와닿았다. 가카미가하라(기후현)=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