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장안4동에서 분식점 '소솜'을 운영하는 한기성 대표(32). 5년간의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지난해 9월 소솜 장안4동점을 열고 음식점 사업을 시작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주 메뉴로 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내내 간직해온 자기 사업의 꿈을 실현한 것. 그의 점포가 있는 곳은 입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전문가 눈으로 보면 그저 C급 상권에 불과하다. 역세권도 아니고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서 하루 평균 85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분식점 비수기라는 겨울 실적이 이 정도라면 성수기로 치는 봄·여름엔 1백20만원까지 가능하다는 게 한씨의 설명. 그의 독특한 영업전략이 C급 상권에서 A급 점포를 일궈낸 비결이다. ◆'맛 없으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 소솜 분식점은 내부가 깔끔하다. 코흘리개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허름한 분식집이 결코 아니다. 개점 무렵 이 일대에서는 12개나 되는 분식점이 한정된 고객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 대표는 앉아서 손님을 기다려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개점하자마자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폈다. 우선 입구 바로 옆 게시판에 큼지막한 공약을 내걸었다. 15분안에 식사가 나오지 않거나 맛이 없다고 손님이 클레임을 걸면 음식값을 받지 않겠다는 것. 주민들도 처음엔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장난삼아 불평하는 손님에게 실제로 돈을 받지 않자 금방 소문이 퍼졌다. 돈 안내도 된다는 소문이 아니라 '이 동네 분식점 중 맛이 최고'라는 소문이었다. 음식이 늦게 나와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한 대표와 주방장 등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 2명이 39가지 메뉴 가운데 어느 것이든 5분안에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손님을 찾아가는 서비스 손님을 찾아가는 배달전략도 주효했다. 라면 한 그릇이라도 배달한다는 것이 이 분식점의 원칙이다. 고객의 바람을 들어줘야 장사로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자장면은 배달이 되는데 분식은 왜 배달이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손님이 더러 있더라고요.그래서 배달 서비스로 경쟁점들과 차별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현재 배달로 올리는 매출은 총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특히 겨울에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배달해 주길 원하는 손님이 꽤 많다. 소솜 분식점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배달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독특한 용기 덕분이다. 김밥이나 덮밥류를 깨끗하게 담을 수 있는 게 첫번째 장점이다. 랩으로 덕지덕지 휘감는 중국음식점과 전혀 달리 손님이 포장을 벗길 때도 짜증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회수가 필요없는 재활용 제품이어서 배달인력이 절감된다. 인근 중국집의 경우 배달과 그릇회수 등으로 인력 3명을 쓰지만 한 대표는 1명밖에 쓰지 않는다. ◆재미있는 점포를 만들어라 이 분식점에선 따분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식사가 나올 때까지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월 바꿔가며 진행하는 판촉 이벤트는 2∼3명씩 무리를 지어 오는 손님들을 즐겁게 한다. 입구 홍보판에 게시된 '이달의 게임'은 음식값을 내는 '사다리게임'. 연인 친구와 함께 온 손님들이 게임을 원하면 앙증맞게 만들어진 사다리게임판을 갖다준다. 음식 단가가 2천∼4천원이어서 한 사람이 덤터기를 써도 1만원 안팎이다. 그래서 식사전 게임을 즐기고 화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보통 2개월 단위로 게임을 바꾸는데요,이런 이벤트는 손님 입장에서는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서 좋고 점주에겐 회전율이 높아서 좋으니 일석이조인 셈이죠." 손님에게 자주 오기를 유도하는 스티커도 재미있게 만들었다. 한번 올 때마다 스티커 하나씩 주고 5장이 모이면 김밥(단가 2천원),20장이 모이면 돈가스(4천5백원)를 주는 식이다. 5장 모아 공짜로 식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20장 모일 때까지 계속 활용할 수 있어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