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 계약에는 몇 가지 단서조항과 미타결 사항들이 남아 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씨티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최소한 8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인수계약이 철회될 수도 있다. 또 향후 씨티은행 국내지점과의 통합시 어떤 브랜드를 사용할지와 인력 구조조정 문제 등도 아직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다. ◆인수조건=씨티그룹은 칼라일 컨소시엄의 지분 36.6%를 주당 1만5천5백원에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을 같은 가격에 공개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과거 30일간의 한미은행 평균 종가인 1만4천5백30원 대비 6.7%의 프리미엄과 과거 6개월간의 평균 종가인 1만3천2백28원 대비 17.2%의 프리미엄을 고려한 계산이다. 공개매수는 관련 기관의 승인을 받는 즉시 시작되며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내 12개 지점에 총자산 11조원인 씨티은행이 지점 수 2백25개와 총자산 43조원으로 국내 7위인 한미은행과 합병하면 조흥은행(총자산 59조원) 규모에 육박하게 된다. 씨티그룹은 칼라일 지분 외에 추가로 최소 43.4%를 매입해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미은행 이사회가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는 등 중대 변경사유가 있거나 △공개매수 주식을 포함한 지분율이 80%에 미달하거나 △한미은행이 타 금융기관과 최대주주 지분을 넘는 계약을 맺을 경우 한미은행이 씨티그룹에 8천만달러(약 9백34억원)를 배상하고 인수계약을 철회하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미타결 쟁점들=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흡수합병하는 형태지만 통합은행의 브랜드가 결정되지 않아 이를 놓고 내부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23일 기자회견장에서 한 기자가 '통합 씨티은행' 운운했다가 하영구 한미은행장이 "브랜드가 결정되지 않았는데 명칭사용에 조심해달라"고 항의(?)한 점은 통합은행 브랜드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통합은행을 지점 형태로 운영할지,별도법인을 유지할지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인수전을 총괄한 씨티그룹의 스티브 롱 아태 기업투자금융 대표는 "지점이냐 별도법인이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행장은 "한미은행을 씨티은행 지점 형태로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미은행 2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갖고 있는 지분(9.76%)의 향방도 관심사다. 스탠다드차타드측이 씨티에 넘기지 않고 소액주주들의 동향을 보면서 최대한 버틸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한미은행의 전산시스템을 씨티은행처럼 싱가포르에 이전할지 여부와 한미은행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 규모 등에 대해서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다. 한미은행 노조는 일단 '씨티의 한미은행 인수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