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란 단어를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대학 졸업식이 몰려있는 2월에 들어서니 더욱 그렇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니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날개가 꺾인 청춘들이 안타깝다. 일자리 창출에 능력도,관심도 적은 정부와 정치권이 원망스럽다. 채용을 크게 늘리지 않는 기업들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취업은 그 본질상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다. 정부나 기업이 약간 도와줄 수는 있어도 경쟁을 뚫고 자기 일을 잡는 것은 각자에게 달린 일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실업자(15∼29세)는 모두 43만2천명.2002년 12월에 비해 21%나 늘었다. 20대만 떼어놓고 봐도 31만6천명에서 37만6천명으로 19% 증가했다. 신용불량자가 더 늘고 붕괴 직전의 내수 경기가 고개를 들지 못한다면 청년실업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이태백'이 상당 기간 우리 시대의 20대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망령처럼 따라다닐 것이란 얘기다. 청년실업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경제 환경의 문제다. 그러나 속을 가만 들여다보면 문제는 제법 복잡하다. 우선 취업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들 수 있다. 최근 1백20명을 대졸공채로 뽑은 한 회사의 경우다. 그룹 연수와 자사 신입사원 교육을 마친 뒤 현업에 배치할 때쯤엔 40명 남짓만 남았다. 합격한 80여명이 다른 회사로 가버린 것이다. 두세 군데 합격증을 받아놓고 저울질하던 복수합격자였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당초 채용키로 한 규모보다 휠씬 적은 숫자만이 취업의 혜택을 누린다. 나머지 기회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취업교육을 철저히 받는다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정보에 약하다는 사실도 청년 실업이 줄지 않고 있는 원인이다. 최근 발간된 '2004 한국아웃소싱기업연감'에 등재된 업체는 모두 3천개.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능력있는 대졸사원들을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대학생들로부터는 외면받고 있다. 아웃소싱업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취업희망자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아웃소싱기업협회 김상진 이사(TIM 사장)는 "대기업들이 비핵심분야를 외부화하는 과정에서 아웃소싱산업은 커갈 수밖에 없는 데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취업 고려대상에 넣지 않는 대학생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여기다 유학이나 진학 등으로 취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태백' 현상의 또 다른 이유다. 가정경제적 측면에선 돈을 벌어야 할 사람들이 학비를 계속 쓰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만 간다. 이런 이유들로 20대 실업 문제는 더욱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나쁜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런 이유 탓이라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복수합격자들이 많다면 인사담당자들에게 "결원이 생겼을 때 꼭 기회를 달라"고 부탁해 두는 게 요긴하다. 아웃소싱업체를 포함해 취업희망 범위를 크게 넓히는 자세도 중요하다. 인지도가 낮고 보수가 적은 게 불만이라면 1,2년 한시적으로 취업한다는 생각을 하면 될 것이다. 또 올해 정말 취업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경험을 쌓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된다. 회계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사회단체에 들어가 회계장부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건 당장 돈이 안되지만 경험이 된다. 이력서에 고스란히 남고 경력이 되는 것이다. 자기경영은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다. 현재 상황이 어려우면 미래를 도모하면서 탄력적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황 시대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필수 과목이기도 하다. 전문위원 겸 한경STYLE 편집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