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2월 27일 한경에 게재된 '백화점 매출은 수탁판매인가'라는 제하의 고려대 이만우 교수의 시론을 읽고 논지의 모순과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필자는 과문하여 회계기준제정기구와 회계규제대상기관 간에 존재한다는 백화점 '특정매입매출'에 대한 수익인식기준의 입장차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이 교수가 회계규제대상기관이라고 지목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입장과 공인회계사인 필자의 견해는 무관하다. 수탁판매의 경우 매출액 총액을 수익으로 계상하는 방법과 판매액과 매입액의 차이, 즉 수탁수수료 상당액만을 수익으로 계상하는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유용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지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이 부분은 제정된 회계기준을 해석하고 실무에 적용하는 역할을 주업으로 하는 필자와 같은 공인회계사보다는 이 교수와 같은 학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 백화점 특정매장의 매출이 수탁판매가 아니라고 하는 백화점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이 교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이 교수는 특정매장의 매출을 순액으로 인식하면 백화점은 소매업자가 아닌 부동산임대업자로 전락한다고 했는데,이러한 우려는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회계의 역할은 거래의 실질을 파악해 기록하고 보고하는 것일 뿐, 회계처리를 달리한다고 하여 그 거래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고보유에 따른 리스크는 부담하지 않고 판매액의 일정비율을 마진으로 취하는 특정매장의 거래는 판매액에 비례해 수익을 얻는 수탁거래일 뿐이다.기업회계기준서 4호는 이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둘째, 매출을 순액으로 계상하면 우리나라 백화점의 매출순위가 국제적으로 뒤지게 돼 외국인 관광객이 우리 백화점에서 쇼핑을 주저하게 되고, 외국 유명브랜드 수입에서도 유리한 구입조건을 유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수탁거래인지를 논하는 것과 무관한 점은 차치하고 이 역시 근거가 약하다. 관광객이 손익계산서상 매출액 크기를 보고 쇼핑여부를 결정하리라 상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매출액은 줄었지만 재고자산과 매입채무가 상계돼 재무상태가 개선된 대차대조표로 협상에서 덕을 볼 수도 있다. 셋째, 제조업자가 소매상에 대해 판촉활동을 지원하고 재고품을 반품 받는 것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반화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일부의 현상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이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시장은 오히려 반품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소위 대리점이 줄고 양판점이 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누구든 재고부담을 지지 않는 매입매출 행태가 또 있다면 실질에 맞게 수탁판매의 회계처리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이 교수는 만약 백화점이 매장만 임대한 것으로 본다면 납품업체마다 따로 영수증을 발행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법적 거래와 회계상의 거래, 그리고 세무회계와 기업회계의 차이를 도외시한 주장이다. 회계기준서 어디에서도 납품업체가 영수증을 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세금계산서를 순액으로 발행할 필요도 없다. 현재처럼 백화점이 영수증을 발행하고 총액으로 세금계산서를 수수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거래의 외양이 아닌 실질에 따라 백화점은 손익계산서에 판매마진만 수익으로 계상하고 납품업체는 백화점 매장에 남아 있는 재고자산을 자신의 대차대조표에 계상하면 족한 것이다. 세무회계와 기업회계상 불가피한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는 세무조정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며, 이로 인해 과세소득이 달라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법적으로 구매는 했으되 재고자산에 대해 실질적인 리스크는 지지 않는 백화점 특정매장의 매출은 회계상 수탁판매로 봄이 타당하다. 공인회계사.광장회계법인 jnahn@hanmail.net ........................................................................... ◇이 글은 지난해 12월 27일 이만우 교수의 '백화점 매출은 수탁판매인가'에 대한 반론입니다. 시론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