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가라면 레이첼 카슨이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그녀는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라는 책을 통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야생 생물계가 파괴되는 현장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구의 날' 제정 역시 이 책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20세기를 변화시킨 1백인 중 한 명으로 카슨을 선정한 데서 보듯 그녀는 아직도 환경운동의 대모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은 비록 역사는 짧지만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의 활동에 힘입어 자칫 파괴되기 쉬운 국토가 보존되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음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난개발로부터 산을 구하고 오·폐수를 막아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 있다. 과다한 농약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환경운동가들의 존재는 무시못할 정도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이들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패산 현장에 망루·법당 등을 세우고 2년 동안 반대 투쟁을 벌였던 보성 스님이 농성을 풀면서 의미 있는 말들을 쏟아냈다. 요약하면 "환경단체들의 맹목적 반대 때문에 사회적 낭비가 너무 컸다"는 것이다.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스님의 말이 모순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경청할 대목은 있는 것 같다. 지난 9월 태풍 '매미'가 덮쳤을 때는 경남 창녕 주민들이 환경단체 사무실로 몰려가 집기를 부수는 등 소동을 벌였다. 오리 새끼 몇 마리를 보호한다며 둑을 쌓지 못하게 해 결국 물난리를 겪었다는 항의였다. 부안 핵폐기장 건설이나 새만금 방조제 공사에서 벌어지는 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간의 마찰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불모지 이 땅에 환경의식을 고취시킨 운동가들은 훗날'환경선구자'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환경운동가들 무서워서 아무 일도 못한다"는 비난이 있다는 사실도 당사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