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지주회사체제의 유용성이 새삼 논의되고 있다. 최근에 LG카드가 위기를 맞은 것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의 계열기업들이 지원을 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고 따라서 지주회사체제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은 LG가 지주회사체제이기 때문에 그룹전체가 동반부실화 하는 것이 차단되었다는 주장을 편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문제는 결국 기업집단의 경제적 효율성과 기업집단이 발생시키는 지배구조의 낙후성에 관한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우량한 계열회사가 부실한 계열회사를 지원해 주는 행동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회사법에서도 최고난도의 문제에 속한다. 그러나 미국법에 의하면 지원해 주는 회사의 이사들이 개인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 않았고 신중한 절차에 의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계열회사를 지원하였다면 그 결정은 통상 경영판단 원칙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최근 삼성전자의 주주대표소송과 관련한 서울고법 판결도 이와 유사하다. 즉 이 문제에 대한 법률적 평가는 중립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산업정책적인 고려만 남게 된다. 기업지배구조론은 미국에서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된 대규모 공개회사의 전문경영인을 통제하는 장치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처음 시작됐다. 그러다가 관심이 확대되자 미국식으로 소유와 경영이 잘 분리된 회사의 경영자가 아니라 대주주의 통제 하에 있는 대규모 상장회사의 대주주 겸 경영자를 통제하는 장치의 연구로 관심이 옮겨졌다. 미국과 영국 이외 지역에서는 소유가 집중된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고,또 이런 회사들의 상당수가 이제 미국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피라미드,순환출자,복수의결권주식 등을 통해 기업집단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모회사의 대주주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자회사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동시에 유럽을 중심으로 가족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연구도 활성화 되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 공개회사들도 언제나 소규모 가족기업에서 출발하고,가족기업 속성을 잃지 않고 대기업으로 성장해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외에 이탈리아,스웨덴 등의 국가가 좋은 사례이다. 가족기업 속성을 지닌 기업집단이 문제가 있으나 모종의 경제적 효율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누구나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체계적인 경제학적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급증하고 있다. 대만,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피라미드나 순환출자를 규제하기 위한 입법조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또 스웨덴,캐나다의 기업들은 대주주의 직접 지분율 증가나 지주회사로의 개편을 통해 자발적으로 그러한 규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공정거래법이 이러한 형태의 기업군을 규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대주주 경영자의 지배구조가 경영권의 사적 이익을 증가시켜 얼마나 큰 대리인 비용을 발생시키는지,그리고 그 비용이 과연 이러한 지배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을 초과하는지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비용이 크다면 규제의 방법을 연구하는 과제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효율성이 무시할 수 없이 크다면 미국하버드대 벱척 교수가 지적하듯이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움직임의 효용성과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을 장려하는 정책도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경제학자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당면과제들 중 하나이다. 우리 나라에서 기업집단에 대한 규제와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문제는 종종 혼동되고 있으나 이들은 사실 별개의 문제이며 우리 경제,산업정책도 이 점에 유의해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hjk@law.stanford.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