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andcom@bebehouse.com 며칠 전 10년만에 인권콘서트에 갔다. 해마다 이맘 때면 티켓을 여러 장 사고서도 시간에 쫓겨 못가곤 했는데,이번엔 시간이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콘서트장을 찾았다. 대중가수들의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쇼는 없었지만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보호'라는 공감대를 갖고 모인 자리인 만큼 더 큰 열정과 환호가 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참석한 자리여서인지 10년 전 인권콘서트의 풍경과는 다소 달라진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노래공연 사이사이에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들만 봐도 세월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90년 초엔 주로 장기수 가족이나 구속 노동자의 가족이나 동료들,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으로 구속된 학생의 가족이나 수배자 가족 등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인권과 자유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번엔 불법체류로 고통받는 외국인 노동자나 석방된 뒤 또다시 보호관찰로 고통받는 장기수들,파병 반대를 선언하고 감옥에 간 이등병,동성애 인권모임 회원 등이 등장해 억압받고 소외되고 있는 자신들의 인권을 호소했다. 무대에 등장한 사회자가 '자신은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인권콘서트가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10년 전에 내가 인권콘서트에 갔을 때에도 사회자는 그런 말을 했었다. 인권콘서트가 열리지 않아도 좋을 만큼 인권문제에서 선진적인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일 것이다. 콘서트장을 채우고 있는 청중들도 20대의 청년들에서 30∼40대인 장년들로 많이 바뀌어 있었다. 386세대가 나이가 들면서 인권콘서트 청중들의 모습도 많이 바꿔놓은 것이다. 386세대가 87년 이후 격변기에 놓인 우리 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이끈 주역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386세대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386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저버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80년대부터 20여년간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일한 386세대들의 대다수는 자신의 분야에서 젊은 시절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서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틀거리는 것 같지만,그래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서 386세대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