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에 대한 재산세 인상률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중앙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을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로서,세금을 부과하는 목적 자체가 어정쩡한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촌극이다. 세금이란 본래 정부의 공공서비스 공급을 위한 재원 조달이나 소득 재분배의 목적을 위해 징수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재산세는 지방공공재에 대한 대가로서,지방정부가 공급하는 기반시설 등의 혜택은 결국 특정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부동산에 귀착되기 때문에 응익성(應益性)의 원칙에 입각한 효율성의 관점에서 부동산을 과세대상으로 하는 대물(對物) 지방세의 성격을 갖는다. 반면 소득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세금은 형평성의 관점에서 대인(對人) 누진과세의 국세 형태로 부과된다. 소득세가 이의 대표적인 경우이며,양도소득세 역시 소득세의 일종으로 국세청이 징수한다. 부동산과 달리 사람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가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과세원칙이 뒤죽박죽되어 있어 부동산 보유세의 성격과 이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모호하다. 대표적인 재산세인 종합토지세는 지방세이지만,토지소유주를 기준으로 전국에 산재한 모든 토지를 합산하여 부과하는 대인(對人) 누진과세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구상되고 있는 주택에 대한 재산세 중과 정책도 이러한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지방재정은 취득세 등록세 등 수수료 성격이 강한 세금을 과다하게 부과하여 충당하고,기반시설 공급의 책임은 국토계획법에 새로 도입된 기반시설연동제 등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은근슬쩍 전가시키려 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세목적을 명확히 정립하고,이에 따라 부동산 세제와 지방재정을 통합하여 손질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의 주된 목적을 지방공공재의 공급비용 조달을 위한 지방세 본연의 기능으로 환원하고자 한다면,지방자치에 근거한 지방재정 확보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보유세 강화는 지방공공재 공급을 위한 지방재정 확충계획과 연계되어 정당화되어야 하고,보유세 강화와 연동되어 취득세 등록세 등이 하향 조정돼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현재 연(年)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는 예산회계제도를 개선하여 지방공공재 공급을 위한 중장기 재정계획을 수립하고,계획을 초과하는 시설투자에 한해 기반시설연동제를 적용하여야 한다. 반면 부동산 보유세를 소득 재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부유세 개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면,이는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는 국세로 전환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동일한 목적으로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와의 관계 조정이 필수적이며,지방공공재의 공급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별도의 재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부동산 보유세를 징수하는 목적이 애매한 상태에서 이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힘 겨루기는 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불행하게도 현재 부동산 보유세는 부동산 보유 비용을 증가시켜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처분을 촉진하여 매물을 증가시키려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가 기껏해야 투기억제세 또는 부동산 처분촉진세,매물확대세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투기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세금을 낼 수는 없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려는 정책이 지방공공재 공급을 위한 지방재정 확충이나 소득 재분배의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면,재산세가 크게 인상되더라도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그리고 무엇보다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 명분이 있는 일이 될 것이다. mack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