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형 에쿠스는 보기와 달리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다줬다. 대형이어서 주행차선을 지키며 운전하거나 주차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실제 운전은 쉬웠다. 대형 승용차라면 넓고 안락한 공간은 필수다. 달리는 사무실, 응접실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신형 에쿠스의 널찍한 실내는 깔끔한 디자인의 대시보드와 각종 편의장치로 둘러싸여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대형 승용차는 또 부드러워야 한다. 저속에서는 스스로 미끄러져 나가는 맛이 있어야 하고 고속에서는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신형 에쿠스는 바로 이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모델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인상적이다. "주행 중 유입되는 유해 오존을 산소로 정화시켜 차량 외부로 유출하는 대기정화 라디에이터를 장착했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말이 실감됐다. 뒤쪽 트렁크 부분은 곡선으로 처리해 볼륨감을 높였고 번호판 부착위치를 범퍼에서 트렁크로 올려 훨씬 깔끔해졌다. 냉ㆍ난방 통풍시트는 수입차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온도조절 다이얼식 버튼을 작동하면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바람이 좌석 엉덩이 부분과 등받이 부분에서 흘러나온다. 앞좌석 시트는 도어에 시트모양의 조절장치가 마련돼 있어 운전자의 자세를 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에는 뒷좌석 전용 AV시스템이 설치돼 탑승의 즐거움을 한껏 선사한다. 6장의 CD를 내장할 수 있는 일체형 오디오와 DVD 체인저는 물론 3D DVD 내비게이션은 지도를 이용하는 일반 제품보다 20배 빠른 검색속도와 13배 많은 정보량을 자랑한다. 고속에서 급제동을 시도해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 제동력은 탁월하다. 에어백은 차내 6군데에 장착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현대차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에쿠스가 현대차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의 자존심이라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 싶다. 타고 있는 사람의 격조와 신분을 자연스럽게 부각시켜 주는 그런 차가 에쿠스다. 심정수 <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 선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