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은행 증권 투신업계가 공동으로 내놓은 주가연계증권(ELS)상품 '코리아 ELF(KELF)'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랭하다. 판매 첫날 실적이 금융권 전체로 20억원에도 못미친 것.이에 대해 은행 재테크팀장들은 "KELF는 원금손실 위험성에 비해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며 "재테크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판매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날 판매 고작 19억여원=20일 8개 시중은행 가운데 10건 이상을 판매한 은행은 국민(26건),신한(11건) 등 2곳에 불과했다. 우리 조흥 하나 한미은행 등은 각각 2건,7건,3건,3건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외환,제일은행은 단 한건도 팔지 못했다. 8개 은행의 총 판매액은 9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증권사들의 판매실적도 공교롭게 9억8천만원에 그쳤다. 특히 대형 증권사 6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증권사는 한 건도 팔지 못했다. 이처럼 판매가 부진하자 'KELF는 기관장 전용상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판매 첫날 홍보차원에서 김진표 경제부총리,신동혁 은행연합회장,김정태 국민은행장 등 기관장들이 가입한 것을 두고 하는 소리다. 정부 관계자들은 애초에 KELF판매를 통해 2조∼3조원의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판매종료일인 내달 3일까지 은행과 증권사의 KELF 총 판매실적은 2백억원대에 불과할 전망이다. ◆왜 인기없나=시중은행 재테크 팀장 8명을 대상으로 KELF의 상품성을 물은 결과 7명이 "고객들에게 추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KELF의 상품구조가 수익을 내기 어렵게 설계됐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KELF는 안정형과 성장형으로 나뉜다. 안정형의 주식편입비율은 50%,주가하락시 최대 손실폭은 4%다. 성장형의 주식편입비율은 90%,원금손실률은 최대 9.4%다. 수익구조상 이들 상품에 가입한 후 원금손실을 면하기 위해선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최소한 8%(안정형),10%(성장형)씩 올라야 한다. 주가지수 780 시점에 성장형 상품에 가입한 고객이라면 주가가 최소한 860은 돼야 본전을 챙길 수 있다. 수익률면에서도 이 상품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장형 가입고객이 은행정기예금 이자수준인 연 4%의 수익을 얻기 위해선 주가가 15% 올라야 한다. 주가지수 780에 가입했다면 주가가 900은 돼야 은행이자 만큼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은행들이 팔고 있는 주가지수연동상품은 주가가 아무리 하락해도 원금은 보존된다. 특히 최근엔 주가가 가입시점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6∼7%의 고정이자를 지급하는 상품(만기 6개월)이 인기다. 따라서 향후 6개월간 주가지수가 15%(성장형,수익률 연 4.1%)이상 오를 것을 예상,KELF에 가입하느니 주가가 하락하지만 않으면 연 6%의 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지수연동상품에 가입하는 게 투자자 입장에선 유리한 셈이다. A은행 재테크 팀장은 "KELF의 수익성을 감안할 때 이 상품으로 부동자금 3조원을 증시로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은 무리"라며 "상품 수익구조를 개선하거나 세금우대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