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로 임기가 끝나는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의 향후 거취가 요즘 노동계의 관심거리다. 노동계 주변에서는 그가 노동계를 떠나 민주노동당 전국구로 옮겨갈 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노동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내심 그의 정계 진출 움직임을 환영하는 눈치다. 위원장이 바뀌면 누가 그 자리에 오르든 지금과 같은 투쟁적이고 전투적인 노동운동 방식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나이(54세)로 보나 노동운동 경력으로 보나 이제는 노동계를 떠날 때가 됐다는 분석이 그렇지 않아도 많았던 터다. 단 위원장 자신도 정치권에 뛰어들어 신분상 한단계 격상된 위치에서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가 정말 노동계를 떠날지는 미지수지만 최근 노동계 주변의 소문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닌 성싶다. 단 위원장의 퇴장은 곧 노동운동의 세대 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87년 민주화바람을 타고 노동운동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후 '민주노총 하면 곧 단병호'라는 이름을 떠올릴 만큼 그의 입지는 대단했다. 바로 그 때문에 그가 떠난 이후 노동운동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전투적 노동운동은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자본은 고임금과 더불어 대립적 노사관계를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이 때문에 거리투쟁과 공장점거로 요약되는 구시대적 과격 운동방식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 중이다. 기업인들 가운데는 "민노총에 잘못 걸려들면 회사 망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일어난 3백20여건의 노사분규 중 80∼90%가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일어났다는 게 노동부의 분석이고 보면 수긍이 간다. 노사 어느 쪽이 잘못했건 민주노총 사업장 중 많은 기업들이 분규를 극복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누차에 걸쳐 민주노총의 운동방식을 비판한 것 또한 자신의 친노성향조차 무시될 정도로 노동운동이 과격한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최근 "민노총은 더이상 노동운동 단체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단병호 이후의 민주노총이 갈 길은 명확하다. 좌충우돌하는 지그재그식 조합주의(Zigzag Unionism)를 버리고 노사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실리적 조합주의(Bread and Butter Unionism)로 단호하게 변신해야 한다. 단 위원장은 민노총 내에서는 중도좌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그가 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후임 지도부를 놓고 조직 내 좌파로 분류되는 유덕상 부위원장과 온건파로 분류되는 국민파의 강승규 민주택시연맹위원장이 맞붙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노동계는 내다보고 있다. 강 위원장은 지난 2001년 선거 때 1차 투표에서 단 위원장을 누르는 선전을 펼쳤으나 결선투표에서 아깝게 패한 전력이 있다. 좌파인 유 부위원장은 강성파들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강경파와 온건파 누가 당선되든 국민들은 노동운동에 참신한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무엇보다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노동계의 파업이 올해처럼 과격 일변도로 나아간다면 5년 이상 버틸 기업이 거의 없다"는 한 노동경제학자의 우려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기업들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른 지도 이미 오래됐다.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