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kim@cj.net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능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득 한창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 소중한 목숨을 버릴 만큼 대학 진학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벌 위주의 사회가 빚어낸 타살인 것만 같아 몹시 안타깝다. 우리 사회는 예나 지금이나 출세 지향적인 가치관이 만연해 있다. 예를 들어 '사(士)'자를 붙이면 출세 한다든지,돈·권력·명예 이런 것들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벌과 학위는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들로 여겨지고,소위 일류 학교에 어떤 과를 나오면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는 수학 문제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획일적인 잣대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고,학벌이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한다는 막연한 신념이 가치관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런 학벌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해 아이들은 늦은 밤까지 공부에 시달리고 부모들은 사교육비 때문에 허덕이고 있다. 요즘 심각한 강남 부동산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자녀들을 좋은 학군에서 공부시켜야 한다는 생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학벌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모든 인격적 가치가 출신학부로 판단되고 그에 따라 권력과 부,명예가 너무 불평등하게 분배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현실을 보고 있으면 엄청난 사회 경제적인 손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해진다. 이제 우리 사회는 점차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가치의 다양성이 허용되고 존중되는 다원화 사회가 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획일적인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나는 기업의 미래가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의 유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핵심 역량이나 전문성은 학벌이나 학위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도 학벌보다는 열정을 가지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회사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았다. 아직 한국 사회에서 학벌과 학위의 힘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아직 우리 사회에 학벌 외에는 개인을 평가할만한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학벌이 아닌 다원화된 기준으로 사람을 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보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