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준 서울대 명예교수,김병주 서강대 교수,최상철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등 원로학자 74명이 주축이 된 '신행정수도 재고를 촉구하는 국민포럼'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들이 거론한 국민적인 합의 부재,수도이전으로 사업성격 변질,충청권 입지의 문제점,막대한 이전비용에 비해 미약한 기대효과 등은,본란(올해 11월8일자)에서 지적했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당국은 중차대한 국가대사를 대선공약 운운하며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먼저 국민적인 합의절차를 밟아야 옳다. 거듭 말하지만 대선공약이라 또다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정부측 주장에 대해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당시 공약은 '신행정수도 건설'이었지 '수도이전'이 아니었으며, 대통령을 뽑는 선거였지 수도이전에 대한 찬반투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일방적으로 법제정을 강행하는 것도 모자라, "특별조치법이 제정되지 않아도 1977년 제정된 '임시행정수도특별법'을 통해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이 가능하다"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단의 행정만능주의적 발상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미 오래전에 사문화된 법을 이용해 국가대사를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게 도대체 민주사회에서 가능한 일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비도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몇 조원이면 된다더니 채 1년도 안돼 45조원으로 늘어났고 보면,완공때까지 1백조원이 훨씬 넘는 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계획대로라면 수도권에서 신행정수도로 빠져 나갈 인구가 약 5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정도 규모의 인구분산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특히 통일을 감안한 입지선정의 타당성 시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난상토론을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