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굴지의 브래지어 회사인 메이든폼(Maidenform)의 토머스 회장과 모리스 사장이 2002년 4월에 한국의 나를 찾아와 고마움을 표시했다. 1920년대에 세워진 이 회사는 여성 속옷을 제조할뿐더러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품을 수입했다. 그러다가 적자가 여러 해 누적돼 2001년에 부도로, 물건을 주는 회사가 없을 적에 내 책임아래 메이든폼 상표를 믿고 3백만달러까지 외상으로 모험 수출을 했다. 마침 그 해에 우리 회사가 출시한 신제품을 메이든폼에 '피트(FIT)'란 브랜드로 수출했는데, 이 제품은 미국 백화점에서 매월 50만장씩 팔려나가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그 덕분에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다. 그때까지 미국 시장에서 한 가지 브래지어가 한 달에 올린 판매 기록이 10만장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대박이 터진 셈이었다. 그들이 방한하면서 베스트셀러였던 피트 브래지어를 도금해 감사패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고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수출을 매월 1백만장으로 늘려주시오." 메이든폼에서는 브래지어 수출 물량을 갑절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해외 공장 중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한 제품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중국 칭다오 공장에서는 주로 일본에 수출을 하고 있다. 이들 공장의 종업원은 4천5백명. 한 해에 수출하는 여성 속옷은 2천4백만 벌, 스타킹은 2천만 족에 달한다. 세계 몇 번째 되는 제조시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