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하는 이동전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통신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이 사업자간 건전한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다는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내년부터 번호이동성 제도 시행을 계기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서로 불법ㆍ편법행위를 한다며 고발하는 등 조기 과열경쟁 양상이 빚어지자 정통부장관까지 나서 공정경쟁을 당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것으로 과연 정부가 의도한 대로 굴러갈지 걱정스러운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번호이동성 제도를 선발사업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여기에 가입한 고객들이 후발사업자쪽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 KTF LG텔레콤 순으로 번호이동성을 도입키로 한 것은 후발사업자의 입지를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선발사업자에 가입한 고객들이 이동을 하려면 단말기를 새로 사야만 하는 등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후발사업자는 단말기 보조금을 통해서라도 그런 이동장벽을 낮춰보려 할 것이고 선발자는 이를 두고 보지 않을 게 너무도 분명하다. 번호이동성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입한 호주는 선발사업자들의 지배력만 더욱 공고해진 결과를 낳았다. 우리도 유사한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 후발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번호이동성은 독점을 심화시켜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만 저해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단말기 보조금은 현행 규정으론 엄연히 불법이다. 우리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지금 번호이동성 도입이 경쟁을 촉진하는 등 시장에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 경쟁이란 것이 어디까지나 고객서비스를 중심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국은 불편없는 고객이동을 보장하는 동시에 공정경쟁 여부를 엄격히 감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 선택권 확대 등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은 것이 바로 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