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개선됐지만 금융 선진국인 미국 은행들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 위기 이후 일반은행 자산운용의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국내 일반은행(시중.지방은행)의 고정 이하 부실 여신 비율은 2.43%로 1999년의 13.59%, 2000년 8.85%, 2001년 3.33%에 비해 개선됐지만 미국의 1.46%에는 여전히 못 미쳤다. 부실 채권 증가로 건전성이 악화된 일본 은행의 부실 여신 비율은 8.4%로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높았다. 국내 은행의 무수익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도 103.7%로 개선됐지만 미국의 127.2%에 비해서는 미흡했다. 한은은 요주의 여신 등 잠재 부실의 부실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미국 수준인 130% 정도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주요 국제 은행 중 미국의 JP 모건과 아메리카은행은 각각 181.3%와 152.6%, 스위스의 UBS는 138.3%였다. 반면 영국의 HSBC는 84.8%, 프랑스의 BNP 파리바는 101.3%, 독일의 코메르츠는 86.1%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외환 위기 이후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에만 치중하는 등 군집 형태를 심화시킴으로써 외환 위기 이전의 비교적 다양했던 자산 구성이 동질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회계 분식 사건과 가계대출 부문의 집중 및 경기 회복 지연 등을 감안할 때 기업과 가계 부문 대출 모두 잠재 부실 요인이 내재하고 있어 위험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 위기 이전에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차별화로 국민.주택은행의 경우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 최근에는 은행들의 대출 구성이 동질화하고 있어 위기 발생시 대부분의 대형 은행이 한꺼번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작년 말 현재 국내 14개 시중.지방은행의 총자산(은행계정 기준)은 636조5천억원으로 외환 위기가 발생했던 1997년 말의 412조1천억원에 비해 54.5% 증가했다. 하지만 외환 위기 이후인 1999∼2002년 중 연 평균 총자산 증가율은 12.9%로 외환 위기 이전(1994∼1997년)의 19.9%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의 자산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자산의 매각과 상각, 대기업의 차입 수요 감소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1997년부터 2002년 말까지 시중.지방은행들이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부실 채권은 52조6천500억원, 대손상각액은 33조9천400억원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