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유통업태들이 소비문화를 바꾸고 있다.


소비문화에 커다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에 할인점이 등장한지 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일어난 변화다.


이같은 혁명을 이끈 1세대 견인차는 할인점이다.


2세대 혁명은 TV홈쇼핑이 이끌고 있다.


지난 95년 8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첫 방송을 탔다.


할인점과 TV홈쇼핑 외에 아울렛도 틈새업태로 뿌리를 내렸다.


이들 3개 업태의 공통분모는 한마디로 '한국형'이다.


이들 업태를 탄생시킨 원조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다른 나라에서 모두 성공해도 한국에서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이 한국형 때문이다.


한국형 유통업태들이 앞으로 소비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 할인점 =할인점 탄생은 소비문화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바꿔 놓았다.


첫번째 변화는 합리적 소비문화가 뿌리를 내렸다는 점.


명품만을 선호하는 '럭셔리족'들 외에 할인점 쇼핑은 대다수 소비자들의 일상이 됐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 일반화되면서 주말이면 부부가 함께 할인점에 들르는 장면을 보기가 낯설지 않게 됐다.


백화점 이용객중 상당수가 과시형이거나 거품형 소비를 즐기는데 비해 할인점 쇼핑객들은 실용과 기능을 중시하는 경향을 띤다.


가격과 품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가치지향의 소비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소비문화가 한층 성숙한 모습을 띠게 된 것은 바로 할인점의 존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시장이나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우선 유통의 과학화가 앞당겨졌다.


직매입 비율이 지극히 낮은 백화점이 우리나라 유통시장을 이끌어오는 동안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유통기업의 출현은 먼 나라의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할인점이 등장하면서 달라졌다.


유통기업이 손수 물건을 고르고, 사들이고, 판매하고, 재고를 처리하면서 매입 판매 물류 재고처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업체간 치열한 가격경쟁은 납품업체(제조업체)의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됐다.


유통에서 시작한 과학화의 물결이 제조업으로 연쇄적인 파장을 미치는 연결고리가 바로 할인점인 셈이다.


그러나 할인점이 전국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일부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할인점 인근 중소상인들의 파산은 지역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복지 증진과 중소상인 파산이란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한국형 할인점들이 안고 있는 시급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TV홈쇼핑 =95년 8월 TV홈쇼핑이 케이블을 타고 소비자들에게 선보였을 때만 해도 홈쇼핑이 한국에서 제대로 정착될지 확신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초창기 하루 2천만원어치를 팔기도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소비자들은 점포에서 쇼핑하는데 익숙했다.


화면만 보고 상품구매를 결정한다는 건 무모한 소비자로 여겨졌다.


8년이 지난 지금 TV홈쇼핑 시장은 5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덩치가 커진 것 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은 홈쇼핑을 편리함의 상징으로 여긴다.


안방이나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화로 쇼핑을 마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성장이 가능하게 된 배경은 소비자 신뢰다.


상품을 만져보지 않고 구매하는 데서 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홈쇼핑업체들이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해소한 것이다.


우리나라 홈쇼핑시장은 세계적으로도 화제다.


우리나라만큼 단기간에 급성장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세계 최대 홈쇼핑기업인 미국의 QVS, HSN에 이어 3,4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1인당 구매액은 미국보다 2배 정도 높은 12만원에 이른다.


위성방송 시대가 열리면서 홈쇼핑은 또 한번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 패션아울렛 =아울렛의 고향은 미국이다.


아울렛(Out-Let)이란 문자 그대로 의류 제조업체들이 공장 담벼락에 매장을 만들고 재고나 이월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점포를 말한다.


하나의 유통업태로 말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울렛이 한국에 도입되면서 모양이 완전히 바뀌어졌다.


의류 재고상품만 취급하는게 아니라 생활용품, 식품까지 판매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이랜드가 먼저 씨를 뿌렸다.


의류업체인 이랜드는 이천일아울렛이란 이름으로 아울렛 사업을 시작했다.


이천일아울렛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뛰쳐나와 또 다른 회사를 차렸다.


바로 세이브존이다.


이천일아울렛과 세이브존은 올 상반기 있었던 뉴코아 인수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틈새업태로 출발한 아울렛이 유통시장의 강자로 등장했다는 생생한 사례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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