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마친 전국 38개 고등학교의 고3학생 1만여명은 대입 정시모집을 한달여 앞두고 답답하기만 하다. 지원 대학이나 학과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칫하다간 지원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주요 대학들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행정시스템(NEIS)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이들을 '볼모'로 잡고 있어서다. 지난 10일 서울대 등 경인지역 주요 대학들은 '입시일정 소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학교생활기록부 등 입시자료를 NEIS로만 받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보유출에 따른 '인권침해'등을 이유로 NEIS를 반대해온 전교조측은 즉각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학들이 NEIS 자료만을 고집할 경우 고3 학생에 대한 학생부 CD제작을 거부하고 입시자료 자체를 입력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전국 2천55개 고교 중 38개교 고3 학생부는 전교조와 교육부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현재 NEIS가 아닌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이나 수기(手記)등으로 기록돼있는 상태다. 지금 당장 이들의 자료를 NEIS에 입력하기 시작해도 원서접수까지 시간이 빠듯할 판이다. 특히 이들 고교는 입력 자체를 거부한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다. 대학에 내야할 입시자료가 입시전까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교육부는 "정시모집 자료는 NEIS가 원칙이지만 그외 자료 제출시에도 학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는 원칙론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해결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 방침에 대해선 "교장 교감이 NEIS 자료를 입력하는 것까지 물리력으로 막을 때는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라"며 학교에 책임을 미루고 있으며,대학에 대해선 "NEIS자료만 접수하겠다고 할 권한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다른 형태의 자료가 제출될 경우 자체 입력과정 등의 오류에 대한 책임은 대학에 있다"며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이다. 인권보호 여부를 놓고 1년여를 끌어온 NEIS 논쟁이 정작 1만여 고3학생들의 대학갈 권리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이러니 아닐까.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