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는 '위기의 지구'에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구는 거대한 패총처럼 되고 말 것이라고 썼다. 미국의 경우 가정쓰레기와 산업폐기물을 합치면 한사람이 매일 몸무게 2배의 쓰레기를 버리고 이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태우면 되는 줄 알지만 소각은 대기 속 수은 농도를 증가시켜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해결책은 어떻게든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하고 재생시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재생은 번거롭고 비용 부담도 크지만 그래도 그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안 그러고 지금처럼 쓰레기를 마구 버리면 인류는 떨어지는 바위를 계속 산 위로 밀어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신화 속 주인공과 같은 고통에 빠질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쓰레기 처리는 오늘날 각국의 최대 과제중 하나다. 쓰레기 문제의 해결 없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까닭이다. 국내의 쓰레기 종량제와 분리 수거도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종량제 실시 후 1인당 하루 생활쓰레기는 94년 1.4㎏에서 2001년 1.0㎏으로 줄어든 대신 재활용률은 95년 23.7%에서 2001년 43.1%로 늘고,음식물쓰레기 재활용률도 94년 9.1%에서 2001년 56.8%로 급증했다고 한다. 형광등과 라면봉지같은 포장용 비닐이 내년부터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 품목에 포함된다는 소식이다. 집안쓰레기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라면ㆍ빵 봉지와 잘게 부숴 종이에 싼 다음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했던 형광등을 따로 내놓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EPR는 생산자가 제품의 제조 유통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일체의 회수 및 처리를 책임지도록 한 제도다. 폐기물 감소 및 재활용 촉진을 위한 것으로 올해 처음 도입돼 냉장고 등 일부 가전품과 유리병 타이어 전지류에 실시됐는데 내년부터 일부 품목이 추가되는 것이다. 재활용의 전제조건은 정확하고 깔끔한 분리 배출이다. 분리수거품을 잘 구분,깨끗하게 내놓으면 쓰레기봉투 값도 줄이고 재활용률도 높일 수 있다. 가계비 절약은 물론 자손들에게 물려줄 땅을 생각해서 제발 분리배출 좀 잘하고 쓰레기도 줄였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