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이 올 들어 10월 말까지 36조7천억원이나 급증, 작년 연간 수준에 육박했다. 대기업 대출 수요가 없고 가계 대출까지 막히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갈수록 부실 채권이 늘고 있어 카드 부실에 이어 은행권의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28조7천억원으로 작년 말의 192조원에 비해 36조7천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던 작년의 연간 실적 37조1천억원에 바짝 육박한 것으로 연말까지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들어 중소기업 대출은 3월에 6조1천억원이 증가한 것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9월에는 1조4천억원으로 증가 폭이 급격히 둔화됐으나 10월에 다시 2조9천억원으로 확대됐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32조6천억원으로 작년 말의 32조1천억원에 비해 겨우 5천억원 증가에 그쳤다. 한은 분석 결과 올 들어 대기업 중에서는 고위험 분류 기업의 비중이 소폭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 중에서는 수익성 악화로 고위험 분류 기업 비중이 크게 늘어나 경기 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의 도산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했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 올 상반기에 저위험 및 중위험에서 고위험으로 이동한 기업의 비중이 대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아 금융기관의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78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작년 상반기의 저위험 기업378개 중 68.3%는 올 상반기에도 저위험을 유지했지만 14.3%는 중위험, 17.5%는 고위험으로 옮겨졌다. 작년 상반기에 중위험으로 분류된 178개사 중 44.4%는 중위험을 유지했고 21.9%는 저위험으로 개선됐지만 33.7%는 고위험으로 떨어졌다. 고위험 기업 224개 중에서는 69.6%가 고위험을 지속했고 13.4%는 중위험, 17%는 저위험으로 각각 개선됐다. 반면 454개 대기업 중에서는 작년 상반기에 저위험으로 분류됐던 203개 기업 중74.4%가 올 상반기에도 저위험을 유지했고 15.3%는 중위험, 10.3%는 고위험으로 각각 이동해 중소기업에 비해 고위험 전이율이 현저히 낮았다. 중위험 대기업 179개 중 66.5%가 중위험을 유지했고 22.9%는 저위험으로 개선된반면 10.6%만 고위험으로 전이했다. 고위험 기업 72개 중 55.6%가 고위험을 지속했으나 23.6%는 중위험, 20.8%는 저위험으로 각각 개선됐다. 한은은 "중소기업의 경우 금융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험 분류 기업 비중이 늘고 있고 저위험 신용 등급을 유지하는 지속성도 낮게 나타나고 있어 채무 부담 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