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채무 부담능력 약화로 가계의 신용 위험이 여전히 높다고 한국은행이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은 5일 발표한 '10월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저소득층과 청년층 등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채무 부담 능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가계 부문의 신용 위험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신용카드 등 가계 대출의 연체율 추이를 감안할 때 가계의 도산 확률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고용이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경기가 회복돼도 가계의 채무 부담 능력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기존 가계 부채의원리금 상환 부담도 가계의 실질적 가처분소득 증가를 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따라서 "경기 둔화 지속시 채무 부담 능력이 취약한 가계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은행의 가계 대출 중 비우량고객의 비중이 더 빨리 늘어나는 역선택(adverseselection)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다만 "가계 대출 중 담보 확보가 어려워 손실률이 높은 신용카드 비중이 줄고 부동산가격 오름세로 은행의 평균 담보인정비율이 50∼60%로 하향 안정되고 있는 점은 가계대 출의 손실 가능성을 경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들어 가계 대출 억제책과 경기 침체로 가계의 금융자산과 금융부채 증가세가 동시에 둔화되고 있으나 6월 말 현재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은 48.2%로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20∼30%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이 외환 위기 이전의 40%대 초반에서 크게 상승해 주요 선진국의 2배 가까이 높은 것은 가계가 자산을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 형태로 보유하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금융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 금융자산 비율도 6월 말 현재 1.6배로 미국의 2.9배나 일본의 2.8배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가계의 부채와 지급이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금융자산 축적도가 낮아지면 금융자산이 경기 변동에 따른 완충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경기가 악화되면 가계는 소비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어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악화의 가능성이 다시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은행의 자산 중 변동금리부 자산 비중이 높은 것은 수익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은행의 변동금리부 자산 비중은 작년 말의 64.5%에서 올 6월 말 66.1%로 확대돼 자산.부채 구조상의 금리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변동금리부 자산의 증가는 은행이나 차입자들이 장기간의 대출금리 고정을 피하기 위해 선호하고 있으나 단기 금리 자산이 증가하면 은행의 이익이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져 금리 하락시 은행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