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화학공학과 김우식 교수팀의 유기ㆍ무기 하이브리드 입자 합성기술이 화제다. 유기와 유기, 무기와 무기 합성기술은 이미 일반적이지만 유기물질과 무기물질을 합성하는 기술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계의 물질은 같은 것들끼리 뭉치는 성질이 있는 까닭에 같은 무기물질이라도 합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구나 유기물질과 무기물질을 하나의 입자로 합성해냈으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 길지 않은 인터뷰 동안 김교수는 전화를 받기 위해 몇번씩 자리를 떠야 했다. 김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입자의 산업화 가능성을 문의하기 위한 기업체의 전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단순히 학문적인 성과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이 김교수의 연구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입자가 적층구조라는 점에 있다. 크기가 10㎚에서 1㎛에 불과한 미세한 무기 입자에 유기물질을 ‘코팅’한 구조인 것이다. 산업상의 쓰임에 따라 코팅물질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어 응용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 “코팅을 하는 목적은 입자에 기능성을 부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쓰임새에 알맞은 물질을 핵심 입자에 씌우면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LCD모니터에는 유리기판을 떠받치는 스페이서라는 미세한 물질이 쓰입니다. 그런데 이 물질들은 고정돼 있지 않아 기판 사이를 굴러다니기 때문에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이 물질에 열에 민감한 유기물질을 씌우고 적당한 열을 가하면 기판에 접착돼 기판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핵심 입자에 강도가 높은 물질을 씌우면 충격과 진동에 강한 고강도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고 단단한 성질의 나노입자이므로 정밀 베어링에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물질이나 적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물질에 따라 표면처리, 반응물의 종류, 적정 환경 등 적층과정도 달라 연구는 이제 출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김교수는 말했다. 사실 무기물질에 유기물질을 코팅하는 기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외국의 학자들이 이미 관련 기술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의 기술은 여러 개의 입자 덩어리를 코팅하는 것이었다. 반면 이번 기술은 입자 하나하나를 코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료의 안정성과 균일도를 대폭 확대했다고 평가받는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03년 한국과학재단 우수연구성과 30선에 선정됐고 세계재료학회지 등 유력 학술지에 10여차례 소개됐다. 김교수는 현재 영상소재용 나노입자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전자부품소재를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밀화학재료를 이용한 광학이성질체를 연구할 계획이다. 광학이성질체란 분자식과 구조식은 같지만 3차원적 배열이 상이한, 엄연히 다른 물질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광학이성질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물질은 분자식과 구조식이 같기 때문에 같은 물질로 오인돼 왔지만 최근 연구결과 같은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특정 질병에 약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독성도 있는 것이지요. 독성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약성만 모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더욱 우수한 의약품이 탄생할 것입니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