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업이나 직종에는 정년이 있게 마련이다. 하기야 요즘엔 명예퇴직이다 조기퇴직이다 해서 일찍 퇴직하는 바람에 정년의 개념이 희박해지고 있지만 여하튼 정년은 엄연히 존재한다. 나이가 차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물러나는 사회적인 제도로 정착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정치인에게만은 정년이 없다해서 총선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권에서 야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정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중심이 돼 정년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60대 이상의 의원들은 정치권의 신진대사를 위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스스로 공천경쟁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정치개혁과 맞물려 있는데다 노장들의 반발이 거세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오는 9일 총선을 앞두고 가까스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식이다. 자민당의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 비례대표후보에 대해 '73세 정년'을 예외없이 적용하기로 하고 당의 최고 원로인 나카소네(85)와 미야자와(84) 전 총리에게 용퇴를 요청했으나 나카소네는 크게 반발했었다. 결국 나카소네는 지난 주말 손을 들었고 고이즈미 총리 역시 '나의 정치 정년은 65세'라고 못박았다. 정년바람은 다른 정당에도 영향을 미쳐 많은 원로 정객들이 은퇴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금권정치로 비판을 받아온 일본 정치권의 해묵은 숙제가 다소 풀린 셈이다. 한·일 양국의 세대교체 요구는 세계 지도자들이 50대로 젊어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부시,러시아의 푸틴,중국의 후진타오,영국의 블레어 등이 모두 50대인 것만 봐도 그렇다. 몇 사람의 정치인이 수십년간 정치권을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정치변화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나이'라는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일반 회사원과는 달리 국민을 상대하는 사람이어서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경륜을 바탕으로 한 판단력과 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 저간의 정치현실이 보여주듯 나이 든 정치인일 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흠을 가지고 있어 정치인 정년이 더욱 공감을 얻어 가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