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팔부능선 쯤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차고 올라서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지만, 걸음을 잘못 옮기면 미끄러운 내리막이다. 핵심 과제는 생산적 투자의 활성화, 즉 어떻게 부동자금을 산업자본으로 돌릴 것인가에 있다. 4백조원으로 추산되는 단기 부동자금(浮動資金)의 10%, 아니 5%만이라도 중장기 산업투자로 끌어들인다면 한국경제의 잠재력과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다. 돈은 안전성과 수익성을 쫓는다. 뭉칫돈이 부동산투기로 몰리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은행예금이나 주식투자보다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뭉칫돈 흐름을 생산적 투자로 돌리는게 투기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현실적인 해법은 투자인프라를 적극 육성하여 중장기 산업투자가 수익성 좋고 안정성도 높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 사실,부동산 투자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안전하며 수익성도 있는 산업 투자대상은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을 마치고 클린 컴퍼니로 탈바꿈한 대기업들은 좋은 투자대상이다. 예를들면 대우조선 등 대우계열사들이다. 이미 외국계 투자회사가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둘째,성장잠재력은 있으나 자력 발전의 한계에 봉착한 구조조정 대상기업이다. 최근 하나로통신 사태처럼, 칼라일, 론스타, AIG, 뉴브리지캐피탈 등은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 부실채권, M&A, 바이아웃 등의 투자로 단기간에 수백%의 고수익을 실현했다. 셋째,최근 화두로 떠오론 벤처M&A투자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코스닥 벤처기업에 대한 M&A투자가 활성화되면,잠재력있는 기업을 살리고,산업발전 효과도 얻으며 높은 투자 수익도 올리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다가올 FTA체제의 충격을 완화하고 기술혁신을 앞당기기 위한 투자도 시급하다. 투자인프라를 활용하면, 외국 첨단기술의 초기 개발단계에 적극 투자해서 그 기술을 중견기업에 접목시키는 축지법을 쓸 수도 있다. 이 밖에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의 유망기업, 인천특구와 같은 대규모 SOC개발 등도 좋은 투자 대상들이다. 문제는 한국 토종의 대규모 전문투자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춘 투자 상품들이 많은데, 정작 이것에 접근할 통로, 즉 투자인프라가 없는 것이다. 만약 유력한 토종 투자회사가 있어 이러한 고수익의 투자시장을 나눠 가질 수 있다면,정처없이 떠 다니는 부동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는가. 투자인프라를 적극 육성하려면,우선 시중 부동자금이 전문투자회사로 눈길을 돌릴 수 있도록 자금출처조사 면제, 투자 세액 공제 등 기본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국내 투자회사들도 이제 업그레이드할 때가 되었다. 선진투자기법이 문제라면 해결 못할 것도 없다. 뉴브리지, 칼라일,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투자회사의 주역들 가운데 한국계가 적지 않다. 이들을 끌어들여 투자역량을 높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투자인프라 구축을 위해 역차별도 해소해야 한다. 외국 투자회사는 모든 고수익 투자 상품들에 아무런 규제 없이 투자한다. M&A투자, 구조조정투자, 대규모개발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펼쳐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반면,국내 투자회사는 영역별로 규제받고 제한 당한다. 벤처캐피탈은 벤처투자만 해야 하고, 구조조정회사는 구조조정사업만 해야 한다. 부실채권매입은 으레 외국 투자회사가 독식한다.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원하는 성격의 투자펀드를 결성하는 데도 여러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역차별이 진행된 지난 몇 년 사이,국내 투자시장의 매력적인 상품들은 거의 외국계 투자회사들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했다. 역차별정도만 시정 돼도 외국 투자회사들과 해 볼만 하다. 국내에서 외국의 선진투자회사들과 경쟁해서 경험을 쌓으면,국제시장을 넘볼 수도 있다. 적어도 중국, 일본 등 東北亞 투자시장에서는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세계적 투자회사들과 어깨를 겨루는 메인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