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다시 연체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김정태 행장이 '연체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이미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전 임직원을 동원, 연체 감축 캠페인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은 9월 말 현재 고정(3개월 이상 연체) 이하 부실 채권 비율이 3.2%로 우량 은행 치고는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3.4분기에 3천400억원 적자를 낸 국민은행으로서는 가계 대출이나 기업 여신의 연체율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연간 실적에 엄청난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이에 따라 개인 업무 평가시 캠페인 기간의 연체 감축 실적에 가중치를 주고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한편 실적이 좋은 점포들을 선정해 모두 3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조흥은행도 연말까지 연체 관리 실적을 평가해 직원들의 인사에 반영하고 성적이 좋은 영업점에는 평가 등급별로 30만∼100만원까지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조흥은행은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하반기 6개월간의 경영 종합 평가를 실시해 성적이 좋지 않은 지점장이나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후선에 배치하되 후선 배치 대상자 중 연말 연체 관리 실적이 우수한 점장이나 직원은 제외시키기로 했다. 조흥은행 고위 관계자는 "1억원의 정기예금을 유치해 봐야 연 수익은 20만원에 불과하다"고 전제하고 "당장 은행의 실적을 개선하려면 예금 유치보다 연체를 줄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연체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도 현재 1.48%인 연체율을 연말까지 1.25%로 0.23% 포인트(액수로는 1천500억원)를 줄이기로 하고 다음달부터 350개 전 점포를 대상으로 '연체 정리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연체율은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는 가장 낮지만 지난해 말의 0.83%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아진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목표를 달성하려면 점포별로 평균 4억∼5억원의 연체액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현재 2%가 조금 넘는 연체율을 연말까지 1%대로 낮추기 위한 연체 관리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말에 연체율, 부도율 등을 종합 평가해 실적이 아주 나쁜 직원들에 대해서는 필요한 인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인사에서 다른 영업점에 비해 연체율 관리가 현저하게 부진한 지점장 19명을 인사팀 조사역으로 무더기 대기 발령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연체 회수 실적이 좋지 않은 지점장들에게 '칼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